사누끼가 어디길래…왜 우동하면 '사누끼 우동'일까? [日요일日문화]
강수량 적어 밀 농사 발달…우동 재료 조달 쉬워
日 우동 소비량 1위 지역…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일본 우동하면 자연스럽게 '사누끼 우동'이 떠오르죠. 생각해보면 당연히 지명일 것 같은데, 사실 일본 지도를 보면 사누끼라는 지역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사누끼 우동은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까요? 오늘은 일본 사누끼 우동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사누끼는 옛 지명으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대구를 더 이상 달구벌로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사누끼는 현재 일본 시코쿠(四?) 지방 가가와현 일대를 뜻합니다. 일본은 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시코쿠는 이 중에서 남쪽에 위치한 가장 작은 섬이에요. 시코쿠에는 예전에 아와국, 사누키국, 이요국, 도사국이라는 4개 율령국이 있던 곳이라 4개의 나라를 일컫는 말로 시코쿠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요즘 인천 직항이 뜨는 다카마쓰가 옛날 사누키국이었던 곳이죠.
그래서 지금 지도에서는 사누끼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사누끼국에 속했던 가가와현은 이 명목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제주에 대한 애칭을 '감귤국'이라고 부르듯 가가와현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스스로 '우동현'이라고 자처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원래 일본의 우동은 중국 당나라에서 전래했다고 하는데요. 헤이안시대 쿠우카이 대사가 중국에 갔다가 조리법을 알고 귀국 후에 이를 전파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누끼국에서는 우동이 발달하게 됐을까요? 바로 날씨 덕분입니다. 이곳은 강수량이 적어서 논농사를 짓기에 부적합하다고 합니다. 쌀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대신에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곳에서 밀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쌀 자체가 사치품이다 보니 이를 대체하는 것이 우동면이었다는 것이죠.
면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를 조달하기도 쉬웠다고 합니다. 우동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는 밀가루, 소금, 간장, 멸치였다고 하는데요. 비가 적게 오다 보니 예로부터 사누끼는 소금의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고 하네요. 근처에 바다가 있으니 육수를 내는 멸치 구하기도 쉬워 맛있는 육수까지 발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누끼 우동 문화는 에도 시대에도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8세기 초에 그려진 병풍에는 우동집 3곳이 그림으로 등장한다고 해요. 사누끼의 명목을 이어가듯 가가와현은 일본 전국의 우동 소비량과 생산량 1위를 기록하는 곳입니다. 가가와현에만 우동 가게가 600개 이상이 있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사누끼 우동'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면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규약에 따르면 가가와현 내에서 제조된 것, 수타식일 것, 소금은 밀가루 중량 대비 3% 이상, 물의 양은 밀가루 중량 대비 40% 이상, 숙성시간 2시간 이상, 데칠 경우는 15분에 충분히 익혀져야 할 것 등이 조건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사누끼 우동이라고 하면 반들반들 윤기 나는 면과 멸치 육수를 특징으로 제일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종류도 정말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우동이라고 부르는 면에 육수를 자박하게 넣은 '가케우동', 면을 찬물에 헹궜다가 진한 국물을 끼얹어 먹는 '붓카케 우동', 찬물에 헹군 면을 소쿠리 등에 담아내고 간이 센 국물에 면을 찍어 먹는 '자루 우동'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면을 헹구지 않고 그대로 옮겨 담아내는 쫀득쫀득한 식감을 살린 '가마아게 우동', 육수에 카레를 섞은 '카레 우동', 달콤하게 양념된 고기를 올린 '니꾸우동' 등이 있습니다. 가가와현 방식으로 겨울에 먹는 우동은 된장을 풀은 육수에 당근, 토란, 고기 등을 넣고 푹 끓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가가와현은 이 우동을 관광자원으로 쓰는 데 진심입니다. 가가와현 관광협회에서는 '우동현 여행넷'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고, 사누끼우동진흥협의회가 우동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죠. 심지어 가가와현의 관문인 다카마쓰 공항에는 이 협회에서 제공하는 우동 수도꼭지도 있을 정도입니다. 2011년에는 가가와현 출신 배우를 모델로 발탁해 '가가와현은 우동현으로 개명했습니다'라는 관광 캠페인을 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이를 한 번 더 적용해서, 우동과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포켓몬 '야돈'이 발음이 비슷하다며 우동현의 지자체장을 야돈으로 임명하기까지에 이릅니다.
전통 식문화 하나가 현 하나를 먹여 살리는 관광자원이 되다니 정말 신기한데요. 지도에서는 사라진 사누끼지만 우동하면 사누끼가 떠오를 정도로 후대에서 전통을 잘 보존해나가고 있는 모습은 좋은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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