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 금리 인하 눈앞인데…수출마저 '피크아웃' 경고등
10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일(현지시간) 금리를 먼저 내리면서다. 침체한 내수와 물가만 봐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씨티·HSBC·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의 수출 성장세에 대한 ‘피크 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 수출이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둔화가 머지않았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수출 텃밭으로 꼽히는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빅3’ 경기가 시원찮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19.2%, 미국 18.8%, EU 10.1%에 달한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7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7.1%에 달한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줄곧 내림세다. 미국이 빅 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것은 제조업 경기 위축에 더해 실업률 상승 등 노동 시장 냉각을 우려해서다.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EU는 이미 지난 6월 피벗 했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5월 51.0을 기록한 뒤 지난달 49.5까지 떨어졌다.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주요 수출국이 올해 상반기 중동 사태,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수입을 확대했는데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수입을 점차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증가세가 예전만 못할 거란 다른 근거는 10월부터 기저효과의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까지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같은 해 10월부터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후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을 따질 때 통계상 기저효과 덕을 봤다는 얘기다. 지난 1~8월 월평균 수출액은 56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10월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질 경우 월간 수출액이 600억 달러를 달성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달러당 1400원대에 육박하며 수출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고환율(달러 대비 원화가치 약세) 추세도 미국의 피벗 이후 흔들릴 수 있다. 당장 20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329.1원으로 이달 초보다 10원 가까이 올랐다. 2026년까지 미국이 한국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환율에 반영됐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 대선 등 변수에 따라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만, 내년까지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지속할 경우 연말 환율이 1300원을 밑돌고, 내년에는 1200원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펴낸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4년 3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12대 수출 주력 품목 중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선박을 제외하면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0.6% 줄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3개월째 줄어든 자동차를 향후 최대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 시나리오별 수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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