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알아서 美 주식 투자…수익률 125% [천억클럽]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9. 21.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지난해 11월 LG AI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이 IMF 외환위기, 카드 대란 등의 이유로 금융 시장에 철수한 후 약 20년 만에 내놓은 금융상품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금융 산업 재진출이라기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기술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취지”라며 “국내 금융 전문 스타트업과 협업해 공동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스타트업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이하 크래프트)’다. 그래서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ETF명도 ‘LG 크래프트 AI-파워 US 라지캡 코어(LQAI)’가 됐다. LQAI ETF는 사람 대신 AI가 100% 예측·판단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종목을 계속 바꿔 투자한다. LQAI는 올해 8월 초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일제히 글로벌 증시가 폭락할 때도 벤치마크(기준점) 지수 대비 선전해 화제가 됐다.

김형식 크래프트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사와 혁신적인 금융상품, AI 솔루션을 개발한 경험이 많다”며 LQAI도 이런 노하우 덕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어떤 회사?

김형식 대표가 2016년 창업

크래프트는 김형식 대표가 2016년 1월에 설립한 회사다. 금융 시장에서 AI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투자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자 통합적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창업했다. ‘크래프트(Qraft)’라는 사명은 ‘공예(Craft)’와 ‘퀀트(Quant)’를 합친 말로 금융과 AI를 접목해 정교한 투자 솔루션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핵심 기술은 고객사가 AI를 통해 어떤 주식이나 자산을 매수할지 결정하고(AI 모델 포트폴리오), 최적의 타이밍에 거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AI 트레이딩 솔루션이다. 그 밖에 개인과 기업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투자 관리 소프트웨어(로보 어드바이저·웰스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와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한 공시 요약 번역, AI 챗봇 서비스도 제공한다.

쉽게 말해 크래프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투자 시그널과 포트폴리오를 인덱스나 고객사 금융 상품에 적용해준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지수 사업자 솔렉티브(Solactive)와 협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솔렉티브에 AI 기반 투자 시그널을 제공하는 업체로 등재된 후 인덱스를 만들어 BNP파리바에 제공했다. 고객사가 크래프트의 대형 언어 모델을 포함한 AI 시스템을 활용해 일반 투자자와 기업이 더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공시 요약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크래프트 관계자는 “기존의 많은 AI 기반 금융 솔루션들이 수치화된 주가, 거래량, 재무제표 등 주로 정형 데이터에 의존하는 반면, 크래프트의 AI 솔루션은 수치화되지 않은 뉴스 기사, 소셜 미디어, 시각적 이미지, 음성 데이터 등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원을 통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런 다차원적 데이터 통합은 텍스트 마이닝, 자연어처리(NLP), 컴퓨터 비전 등의 AI 기술을 통해 이뤄지며 시장의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2022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7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22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5월 AI 기반 ETF를 미국 증시에 상장한 크래프트. (크래프트 제공)
실제 어떤 서비스 있나

미국 증시에 ETF 입성

크래프트는 일반인도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으면서 AI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상품이 ETF, 그것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다. 앞서 소개한 LQAI 외에도 크래프트는 AI 기반 ETF인 QRFT와 AMOM 등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QRFT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 주식 선택과 자산 배분을 수행하는 ETF로 2019년 5월 2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이 125%에 달한다. 비슷한 상품으로 분류되는 SPY ETF 대비 14%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 QRFT는 AI 펀드로는 세계 최초로 미국 최대 펀드 평가 회사인 모닝스타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같은 날 상장한 AMOM도 눈길 끈다. 최근 12개월 동안 미국 대형주 시장에서 가장 높은 모멘텀(성장 가능성)을 보인 종목을 AI가 자동으로 선별하는 펀드. 50개의 대형주 종목으로 구성된다.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1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벤치마크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블랙록의 MTUM을 약 40% 초과하는 성과다.

회사 관계자는 “AI 모델들은 실제 시장에서 검증된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크래프트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며, 금융 시장에서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기는 없었나

상장 전까지는 신뢰 쌓느라 ‘진땀’

돌이켜보면 2200억원이라는 거금이 회사로 유입됐지만 그전까지 크래프트는 숱한 위기를 겪어왔다. 무엇보다 ‘AI 기술이 금융 분야에서 통할까?’라는 시장 의문에 정면 돌파하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데이터의 질과 양, 모델의 복잡도, 그리고 학습 알고리즘의 효율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적합(overfitting·훈련 데이터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이나 검증 데이터에서 성능이 낮게 나타나는 현상) 문제나, 학습 데이터의 편향(bias)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게다가 종전에도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 퀀트 투자 등 기계적인 투자 방식은 존재했다. 여기에 AI 모델을 접목,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크래프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AI 기술 접목은 물론 대형 언어 모델 전문가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 이력이 있는 수학자 같은 인재를 적극 영입해 내부 모델을 고도화했다. 많은 투자와 고민이 투입된 결과, QRFT와 AMOM의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 국내외 금융 회사도 QRFT와 AMOM의 수익률을 보고서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변수는

해외 규제 다양…글로벌 기준 맞춰야

물론 크래프트도 넘어야 할 산은 적잖다. 지속적으로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개선하고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과제는 기본. 금융 시장은 고도로 복잡하고 변동성이 크며 예기치 않은 이벤트나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에 대한 규제 강화, 경쟁사의 기술 발전 역시 크래프트가 직면한 위협 중 하나다. 각국 기관은 AI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국가별로 달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때 기술 개발과 적용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내부 모델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시장 중립 전략을 전개한다”며 “확장되는 파이프라인과 매출을 통해 R&D(연구개발)와 글로벌 인프라 확장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