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 더 잘나가는 유아용품 회사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9.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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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박영건 꿈비 대표

대한민국이 최악의 저출생에 직면했다. 합계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기어코 0.7명 붕괴가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가 각종 저출생 정책을 쏟아내지만 쉽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유아용품 기업 ‘꿈비’의 선전은 어찌 보면 기이하다. 아이들 울음소리는 잦아드는데 유아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꿈비 실적은 나날이 상승 곡선을 그린다. 지난해에는 유아용품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근래 오히려 투자를 더 늘리는 중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3000평 규모 초대형 오프라인 유아 전문 쇼핑몰을 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4년 회사를 창업한 박영건 대표(50)의 뚝심이 지금의 꿈비를 만들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프리미엄 유아용품’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았다. 불모지였던 오프라인 유아용품 시장을 개척한 그의 다음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베트남·중국 등 한국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높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1974년생/ 원광대 경영학과/ 코원 사업기획, 영업팀장/ 2014년 꿈비 대표(현) [윤관식 기자]
‘변신 침대’ ‘먼지 없는 매트’로 성장

2016년 연구소 설립…‘제품력’에 올인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박 대표는 유아용품과는 전혀 무관한 직장 생활을 했다.

사업은 오히려 미술 전공자로 인테리어 소품 사업을 하던 박 대표의 아내 최진희 부대표가 먼저 시작했다. 한국에는 잘 없던 ‘인디언 텐트’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 것이 꿈비의 출발이었다. 2014년 사업과 육아 피로, 여기에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다 못한 박 대표가 퇴사를 결심하고 꿈비에 합류했다. 아내 역시 기존 인테리어 소품 사업을 접고 꿈비에 올인했다.

유아용 매트와 침대를 주력 제품으로 정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고난이 이어졌다. 선점 업체 견제와 마케팅 치킨 게임, 꿈비 제품을 따라 만들고 값을 내리는 카피캣 등 이슈로 마음고생을 크게 했다.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뒤 불과 3개월 만에 매출 80%가 빠지기도 했다.

박 대표가 ‘본질에 집중하는 비즈니스’를 사업 목표로 정한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다. 마케팅보다는 남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특허 기술 개발’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자고 다짐했다.

2016년에 디자인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꿈비는 지난해 기준 국내외 특허권 48개, 디자인 특허 232건 등 다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차별화된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평소에는 침대로 쓰다 필요할 때 매트로 변신이 가능한 ‘변신 범퍼침대’, 매트에 먼지나 곰팡이가 끼지 않도록 접는 부분 틈새를 없앤 ‘클린롤매트’ 등 기존 시장에 없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원목 아기 침대를 비롯한 ‘유아용 가구’, 자극에 취약한 아기 피부를 위한 ‘유아용 스킨케어’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덩치를 키워갔다. 지난해 꿈비가 벌어들인 연간 매출은 약 289억원. 3년 전인 2020년(185억원)과 비교하면 56% 넘게 늘었다.

“꿈에서도 새 제품 아이디어를 찾아 헤맸어요. 전국 주요 수백 개 맘카페와 블로그, SNS를 돌아다니며 몽땅 알람을 걸어놓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불편 사항을 쫓았습니다. 광고 마케팅에 기대기보다는 제품력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유아용품 카테고리가 유모차, 가구, 소형 가전까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꿈비에서 지난해 선보인 ‘젖병 세척기’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꿈비 제공)
최초 초대형 오프라인 쇼핑몰도

직접 보고 만지는 공간이 필요했다

올해 박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초대형 유아용품 쇼핑몰 ‘링크맘 용인점’ 1호점을 오픈했다.

올해 5월 링크맘이 베일을 벗으면서 업계는 여러모로 충격에 빠졌다. 3000평 넘는 초대형 쇼핑몰을 백화점 수준 프리미엄 유아용품으로만 가득 채웠다. 입점한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는 약 230개. 판매하는 제품 종류는 1만개에 달한다. 보통 베이비페어가 한 번 열릴 때 참여하는 브랜드 수가 약 100개, 이케아 전체 상품 품목(SKU)이 약 1만500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유모차·카시트 같은 인기 아이템은 물론 젖병 살균기·분유 포트·홈 카메라 같은 소형 가전, 여기에 출산 전후 임산부에게 필요한 각종 제품과 영양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식 출범한 지 4개월이 채 안 됐지만 반응은 뜨겁다. 월평균 2만5000명 방문객이 몰려들었고 객단가는 20만원을 넘어섰다. 마트(약 4만원)와 백화점(약 10만원) 객단가를 여유 있게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한 번 방문 시 많은 제품을, 또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다는 방증이다.

“현재 유아용품 시장은 90% 이상 온라인 쇼핑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쓸 제품, 또 고가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직접 보고 만지며 구입을 원하는 수요가 분명하죠. 널찍한 공간에서 유모차도 몰아보는 등 다채로운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매장 곳곳에 도입된 최첨단 기술 역시 링크맘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링크맘에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용 앱을 깔아야 한다. 제품마다 QR코드가 붙어 있는데, 이를 앱으로 스캔하면 온라인 쇼핑과 동일하게 제품 상세 정보와 댓글 후기 등을 볼 수 있다. 상품을 담고 그 자리에서 앱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오프라인은 직접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상세 정보와 소비자 반응 파악이 힘들고 가격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단점 또한 갖고 있거든요. 앱을 활용하면 고객은 주문대 앞에서 줄 설 필요도 없고 기업은 고객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윈윈’입니다.”

프리미엄·다양화로 저출생 극복

베트남·중국…해외 진출이 ‘열쇠’

박 대표는 한국 저출생 문제가 무조건 유아용품 시장의 쇠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현재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출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고가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육아 필수템’이라고 불리는 제품 종류가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었어요. 함께 아이를 돌봐줄 어른들이 줄어들면서 대신 제품의 힘을 빌리는 거죠. 예를 들어 이제는 가전제품이 분유 온도도 알아서 맞춰주고 젖병 살균·세척·셰이킹까지 해주죠.”

올해 목표는 부산에 링크맘 2호점을 여는 것이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베트남에 7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유아용품 유통 기업 ‘꼰꿍’과 손잡고 링크맘에 입점한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도 널리 알릴 예정이다. 베트남 경험을 토대로 수백조원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으로까지 무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총판 등 중간 유통 단계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해외 고객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제품을 선별해 받아볼 수 있게 되죠. 해외 개척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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