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에게 "난 1년 내내 불공정해"…엔리케, 감독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연이은 이강인 선발 제외를 두고 냉정한 답변을 날렸다.
너무 대놓고 냉정한 반응을 보여 이강인이 주전을 차지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듣는 사람들이 들 정도였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할 지도자가 맞는지 물음표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PSG는 오는 22일(한국시간) 오전 4시 프랑스 랭스에 위치한 스타드 오귀스트 드로네에서 열리는 스타드 드 랭스와의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 5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경기에 앞서 PSG는 19일 홈에서 지로나(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라운드를 치렀다. 올시즌 개편된 UEFA 챔피언스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PSG는 후반 45분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에 힘입어 1-0 진땀승을 거뒀다.
주중 유럽대항전 경기를 치르고 온 엔리케 감독은 랭스 원정을 앞두고 20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사전 기자회견에서 지로나전 때 이강인을 벤치 명단에 넣은 이유에 대해 답해야 했다.
PSG 소식을 주로 전하는 프랑스 매체 'PSG 포스트'에 따르면 한 언론인은 이강인에 대한 질문을 할 때 브레스트 사령탑 에릭 로이 감독이 이강인을 칭찬했던 내용을 거론했다.
이강인은 지난 15일 브레스트와의 리그1 4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을 두고 로이 감독은 "이강인은 정말 인상적이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적장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던 이강인은 다음 경기인 지로나전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후반 18분 비티냐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이강인 투입 후 PSG 공격이 살아나 최근 경기력이 좋은 이강인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엔리케 감독은 지로나전에서 이강인을 벤치 명단에 넣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내가 하는 일은 불공평한 일"이라며 "왜 이렇게 말하냐면 지로나전에선 16명의 선수가 선발 출전할 자격이 있지만, 뛸 수 있는 선수는 11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난 시즌 내내 불공평할 거다. 난 내가 엄청나게 불공평하기를 바란다"라며 "왜냐하면 이는 선수들이 모두 높은 수준에서 경기를 하고, 성과를 낼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는 선수들이 계약서에 서명할 때 요구하는 유일한 조건이다. 가혹하든 아니든 간에 이건 PSG 감독이 해야 할 일"이라며 "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지로나전에서 난 4~5명의 선수들에게 불공평했다. 사실이지만 이게 인생이다"라고 전했다.
물론 어느 팀이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선발이 고정된 선수는 거의 없다. 또 PSG 같은 빅클럽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누가 선발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은 이유는 팬들을 쉽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특히나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강인의 선발 제외에 대해 의문을 표할 정도로 이강인의 올시즌 경기력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PSG는 올시즌 이강인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구단은 나이지리아 공격수 빅터 오시멘(갈라타사라이) 영입을 두고 SSC나폴리와 협상할 때 나폴리가 이강을 요구하자 단칼에 거절한 바 있다.
시즌 종료 후 핵심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자 PSG는 공격수 보강을 위해 유럽 정상급 공격수 중 한 명이 오시멘 영입을 추진했다.
각종 매체에 따르면 나폴리가 설정한 오시멘의 바이아웃 금액은 무려 1억 3000만 유로(약 1964억원)이다. PSG는 나폴리가 요구하는 금액에 난색을 표했는데, 나폴리가 PSG와의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이강인을 거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프랑스 '풋메르카토'는 "나폴리는 PSG에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을 주는 대신에 이적료를 9000만 유로(약 1360억원)만 지불하는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라며 "이강인은 PSG 주전 선수들 중 콘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선수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PSG의 반응에 대해 매체는 "그러나 PSG 수뇌부는 나폴리 제안을 거절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몇 가지 막힌 부분이 있으며 오시멘 이야기는 아직 결말을 내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강인을 내주기로 결정했다면 PSG는 바이아웃보다 낮은 금액으로 오시멘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폴리 측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강인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강인은 새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르아브르와의 2024-25시즌 리그1 개막전에서 경기 시작 2분 04초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4-1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이강인은 멀티골을 달성할 수도 있었지만 골대에 막혔다. 또 이강인의 벼락같은 선제골은 PSG 8월 이달의 골로 선정됐다.
기세를 탄 이강인은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시즌 첫 홈경기이자 2라운드 몽펠리에전에서 벤치 명단에 포함된 그는 5-0으로 앞서고 있을 때 후반 17분 교체 투입됐다. 그라운드에 투입된 이강인은 후반 37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라 시즌 2호골을 터트림과 동시에 스코어 6-0을 만들었다.
그러나 엔리게 감독은 지난 2일 리그 3라운드 LOSC릴 원정 경기에서 2경기 연속골에 성공한 이강인을 또다시 벤치 명단에 넣었다. 지난 15일 브레스트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선 선발 풀타임을 뛰게 했지만, 곧바로 주중 UEFA 챔피언스리그 지로나전에서 이강인을 또 선발에서 제외했다.
PSG 중원엔 주앙 네베스,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미리, 파비안 루이스 등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지만 현재 이강인의 경기력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그렇기에 이강인을 로테이션 멤버로 여기는 엔리케 감독의 생각은 프랑스 언론도 의문을 표하게끔 만들었다.
한편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PSG에 도착해서 이강인이 클럽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이강인은 라리가 시절부터 내가 잘 알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에 기뻤다"라며 "그는 정말 특별하고, 다르며, 미드필더와 공격수에서 뛸 수 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은 공을 가지고 있든 없는 지적인 선수라는 생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라며 "그는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고, 다재다능하며 신체적으로 강하다. 이강인을 영입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강인이 다재다능하고 공격수 자리에서도 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점을 통해 팬들은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베스트 11에 공백이 생겼을 때 기용하는 백업 멀티 플레이어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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