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수산물 가공단지 침수... 멸치공장 '망연자실'

김동이 2024. 9. 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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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배수갑문 막힌 것이 원인... 태안군·의회에서 향후 '배수갑문 확장공사' 주요 쟁점 될 듯

[김동이 기자]

▲ 피해를 호소하는 도황리 수산물 가공공단 주민들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은 가세로 태안군수에게 피해를 하소연하는 주민들.
ⓒ 태안군 제공
"밤새 내린 폭우가 멸치공장을 덮쳐 6천발의 멸치가 썩어서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시가로는 5천만 원 가량 되는데, 더 큰 문제는 추석 연휴에 나갔어야 할 1억원 어치의 상품성 좋은 멸치들이 연휴가 길어지면서 냉동고 안에 그대로 보관돼 있는데 이번 침수피해로 모터가 물에 잠겨 가동을 할 수 없게 돼 냉동고에 보관돼 있는 멸치도 팔 수 없게 돼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
멸치공장들이 모여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S수산을 운영하면서 마른멸치를 취급하고 있는 박아무개 씨는 망연자실했다. 지난 20일 밤부터 21일 오전까지 충남 태안군에 세차게 퍼부은 폭우로 인해 상품 출하를 앞두고 있던 멸치를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 침수피해 발생한 도황리 수산물 가공공장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 김동이
▲ 물에 잠긴 멸치가공공장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 태안군 제공
▲ 상품성 잃은 멸치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가세로 태안군수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은 침수피해를 입은 멸치가공공장을 찾은 가세로 태안군수.
ⓒ 태안군 제공
피해는 박씨의 멸치공장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 일원, 일명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에는 14개의 수산업체가 멸치를 비롯해 곤쟁이 등의 상품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곳 일대가 밤새 내린 폭우에 잠기면서 S수산을 비롯 G수산, B수산 등 3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나머지 업체들도 기계 침수 등 경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침수 피해는 단지 옆으로 흐르는 배수갑문이 좁아 불순물들로 배수갑문이 막히면서, 가공단지 안으로 비가 범람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피해주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 폭우에 잠긴 멸치가공공장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 김동이
"매년 집중호우가 내리면 배수갑문을 넘어 항상 침수가 됐었지만 발목 정도 닿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근흥면에 폭우가 내리면서 배수갑문이 막혀 예전에는 겪지 못했던 침수피해가 발생하게 됐다"라며 최아무개 비료공장 대표는 울상을 지었다. 그는 "조속히 배수갑문 확장 공사를 추진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도대체 왜 도비가 내려와 있는데 군의회에서 예산을 계속해서 삭감하는지 모르겠다"라 태안군의회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수산물 가공단지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해양쓰레기 선별처리장인 '광역해양자원순환센터' 건립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온 근흥면 도장동 어촌계 권아무개 계장도 침수현장을 찾아 "해양쓰레기장은 반대하지만 배수갑문 확장은 시급해 보인다"면서 "수산물 가공단지가 이토록 심각하게 피해를 입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배수갑문 확장 공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침수 원인으로 지목된 '배수갑문' 확장 공사란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진은 멸치공장 내에 주치돼 있던 트럭으로 침수 정도를 알 수 있다.
ⓒ 김동이
당초 이곳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인근 배수로에선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배출하는 오폐수로 인한 근소만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오폐수 처리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총 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배수갑문을 확장해 오폐수 정체 문제를 해소하고 1080m의 배수로를 정비하는 한편 720톤/hr 처리가 가능한 오염원 여과·정화시설을 설치해 오염물을 제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대주민들의 목소리와 일부 태안군의원의 반발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태안군의회에서 관련 예산안을 부결시키면서 해당 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심지어 마지막 추경예산에서 관련 예산을 또다시 부결할 경우 이미 확보한 충남도 예산조차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태안군의회에서는 그동안 주민수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두차례에 걸쳐 관련 예산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태안군의회에서 두차례 부결된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오폐수 처리사업' 예산은 가공단지 인근 부지에 충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해양자원순환센터와 연계된 ▲'오염원 여과 정화시설(8억 9750만 원)'과 '배수로 정비 및 배수갑문 확장(5억 7,500만 원)' 등 14억7250만원이다. 충남도비와 태안군비가 각각 50%씩 투입된다.

참고로 수산물 가공단지가 위치한 근흥면 도황리 일원에는 이미 확보한 부지 1만5348㎡(연면적 4800㎡)에 150억 원(국·도비 각각 50%)을 들여 광역해양자원순환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충남 해양쓰레기 수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태안군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 장기방치, 수산물 가공공장 오염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요청하며 시작된 사업으로 일일 32톤의 해양쓰레기를 선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속, 나일론, 천, 플라스틱, 유리 등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은 선별하고 재생 불가능한 해양쓰레기는 처리시설로 보내지게 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광역해양자원순환센터를 해양쓰레기 선별처리장이 아닌 해양쓰레기 소각장으로 오판해 건립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충남도와 태안군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 침수피해 현장 찾은 가세로 태안군수와 전재옥 태안군의회의장 지난 20일과 21일 내린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 위치한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정성껏 말리던 멸치가 상품성을 잃어 멸치공장들이 망연자실하는 가운데 가세로 군수와 전재옥 의장이 침수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 태안군 제공
이처럼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광역해양자원순환센터와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오폐수 처리사업'이 맞물려 추진되면서 태안군과 태안군의회간 첨예한 대립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 침수피해 현장에는 21일 오전부터 가세로 태안군수를 비롯한 군 관계자들과 전재옥 태안군의회의장이 함께 현장을 찾아 피해상황을 직접 확인하며 발빠른 대응과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더불어 향후 관련 사업들의 추진 여부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가세로 태안군수는 멸치공장 피해상황을 비롯해 배수갑문 확장 사업이 중단되면서 불순물들로 막혀 있는 배수갑문 현장까지 둘러보며 침수피해를 입은 업체관계자들로부터 "배수갑문 확장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가 군수는 또한, 해양산업과 등 해당 부서에는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서 등 관련기관과 함께 신속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가 군수와 함께 피해현장을 둘러 본 전재옥 태안군의회의장도 "군의회에서 그동안 두차례에 걸쳐 예산을 삭감해 이곳 도황리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배수갑문을 확장하지 못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전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에서 배출하는 오폐수 정체문제를 해소하고, 근소만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배수갑문 확장 및 배수로 정비사업에 대해 찬성한다"라면서 "일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원들 때문에 예산이 삭감돼 안타깝게 생각하고, 마지막 추경예산 심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예산안 통과가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고 우려감을 전했다.

주택·도로 침수에 물에 잠긴 염전까지 집중호우 피해 곳곳서 잇따라
▲ 침수된 염전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된 천일염 산지인 근흥면 마금리 염전.
ⓒ 태안군 제공
▲ 백사장항 대하축제장도 '비상' 21일 개막하는 안면읍 백사장항 대하축제 개막식을 설치하던 무대가 강한 비바람에 무너졌다.
ⓒ 독자제공
한편 충남 태안군에는 지난 20일과 21일 오전까지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20일에는 남면에서 191mm 물폭탄이 쏟아졌다. 도황리 수산물 가공단지가 위치한 근흥면에도 182mm의 폭우가 쏟아졌다. 21일에는 태안반도 최남단인 고남면에 101mm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태안읍과 남면, 근흥면에서 이틀간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가운데 주택과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염전이 물에 잠기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태안군에는 지난 20일 밤 9시 40분부로 호우경보가 발표됨에 따라 태안군 지대본 2단계 운영에 돌입했으며, 네차례에 걸친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3회에 걸쳐 재난예경보시설 방송도 실시했다.

피해상황을 종합해 보면 태안읍의 주택 3곳에서 주택침수가 발생했고, 근흥면 정죽리 등 2곳의 도로가 유실되는 한편, 일부 캠핑장과 펜션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근흥면 마금리 염전도 폭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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