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은퇴식 미룬 추신수의 진심…"누군가에게 피해 주기 싫더라고요"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자신보다 팀이 우선이었다. 은퇴식을 내년으로 미룬 SSG 랜더스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가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추신수는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5차전을 앞두고 "매 경기가 중요하고, 또 선수들이 이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불편했다"고 밝혔다.
앞서 SSG 구단은 20일 "추신수의 은퇴식은 내년에 개최될 예정"이라며 "선수와 구단이 협의한 결과, 현재 팀이 가을야구 진출 경쟁에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점에서 선수단이 경기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은퇴식을 내년 시즌을 미루기로 했다. 이에 구단도 내년 시즌 많은 팬분들과 함께 은퇴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지난 시즌 이후 구단과 진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2024시즌 종료 이후 은퇴 결정과 함께 최저연봉(3000만원) 계약 및 연봉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은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은퇴식 날짜였다. 구단과 선수가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올해보다는 내년에 은퇴식을 진행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추신수는 "구단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셨고, 난 거기서 선택을 했을 뿐"이라며 "사실 구단에 KBO리그에 온 지 (올해로) 네 번째 시즌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은퇴식까지 하냐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구단에서 신경 써 주겠다고 했는데, 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더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선수와 팀 모두 '부상'이 아쉬울 따름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 오른쪽 어깨 통증을 안고 있는 상황으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 10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 이후 열흘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추신수다.
이숭용 SSG 감독도 "계속 치료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본인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최근에는 좀 편안해 보이긴 한다"며 "일단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매번 말했지만, 그 어깨로 지금까지 끌고 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고, 팀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선수다. 모든 부분들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선수다. 마지막에 팀이 순위 경쟁을 할 수 있고, 선수들이 더 뭉치는 데 있어서 (추)신수가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추신수는 "매 경기 도움이 되려고 하는데, 몸이 그냥 그대로다. 쉰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 보니까 후배들을 응원하면서 (팀이) 잘 되길 바라고 있다"며 "1년 내내 부상과 싸우고 있다. 너무 힘들다.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자신과 싸우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 그런 물음표를 갖고 있었는데, (물음표가) 이제는 느낌표가 됐다. 이제 야구에 대한 정을 좀 떼려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좀 잔인하고 냉정한 상황을 만들어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또 미련을 가질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경기를 안 뛴 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경기 감각도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은퇴 시즌이라고 해서 타석에 나가고 경기에 뛰는 게 솔직히 중요하진 않다. 지금 있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결과를 낼 수 있고 팀에 보탬이 된다면 경기에 나가겠지만,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타석에 들어서는 건 원치 않는다"며 "주위에서는 (1년 더 하라고) 말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했다. 아프다 보니까 열정이 식더라. 열정이 식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훈련 자체를 하지 못하니까 유니폼만 입고 있는 것 아닌가. 난 그렇게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과정 없는 결과를 얻는 게 참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남은 경기에서 기회가 있으면 한 타석이라도, 또 한 경기라도 뛰려고 준비는 하고 있는데, 그게 쉽진 않다"며 "솔직히 개인적인 건 없다. 팀이 이기고, 가을야구에 가기 위해서 집중하고 있다"며 자신보다는 팀 상황을 강조했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나는 올해로 떠나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진 않다. 사실 (박)지환이나 (정)준재 등이 있기 때문에 암울하거나 그런 느낌은 없다. 젊은 선수들이 잘하다 보니까 내가 젊었을 때 생각도 떠오른다"며 "이기고 있더라도 확신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몸이 건강할 때 정말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지금은 잘 모르는데, 어딘가 아프면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서 아픈 데 없이 야구할 때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수원,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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