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과 대청호를 망치려는 지자체들… 결국 우리 삶도 망친다

박은영 2024. 9. 21.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막 소식 144일~145일차] 할미새가 명랑하게 뛰어노는 천막농성장

[박은영 기자]

 금강변으로 굿을 하러 온 이들
ⓒ 박은영
'짤랑짤랑' 강변에 방울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성 두 명이 박스에 뭔가를 잔뜩 넣어 내려와 자리를 펴고 차린 것을 보니 무당인 듯 하다. 노란천, 하얀천을 찢고 부채를 펴서 그들만의 의식을 치른다. 다가가 물어보니 여기 금강변에서 줄곧 굿을 하셨단다. 여기 금강만 20년을 봐왔다고, 모래와 자갈, 재첩과 조개로 가득한 얕고 보드라운 강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싱긋 웃는다.

강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본다. 굿을 하러온 이의 모습, 시민 강태공이 내려와 낚시하는 모습, 리코더 연주를 하고 돌탑을 정성스레 쌓는 모습,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모습, 친구들과 물수제비 대결을 하는 모습. 모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강'이 있어 할 수 있는 의식이고 놀이이자 휴식이다.

방울소리가 영롱한 구슬처럼 흩어져 강물로 퐁당퐁당 빠진다. 두손을 모으고 강을 향해 절하는 이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금강의 평화를 같이 빌었다. 이 수많은 개발과 탐욕이 금강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청남대에서 라면 한 그릇 먹고 싶다? 대청호를 망치는 길
▲ 대청호 보호 촉구 기자회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대청호 규제완화에 우려를 표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도와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지난 18일, 대청호 주변 상수원 보호구역 관리와 운영을 위한 규칙이 개정되었다며 음식점, 모노레일 등 편의 시설을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해에도 '청남대에서 라면 한 그릇 먹게 해달라'고 SNS에 남기며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해왔다. 충북도는 모노레일을 시작으로 숙박시설, 출렁다리 등 온갖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6개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청남대 모노레일 설치와 식당 운영은 충청권 식수원 대청호 오염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규제완화가 결국 김영환 충북지사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위한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충북도가 밀어붙이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시도 또한 충북과 인근 기초지자체에 개발특혜를 주고 결국 대청호 규제완화로 개발이익을 보려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또 충청권 식수원 대청호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청호 수질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청호는 지금도 녹조가 창궐해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되기도 한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에서 문의취수장 원수를 취수해서 한 녹조 조사결과,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108만셀/㎖이 검출되었고 이는 '대발생' 수준의 수치임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가 해야할 것은 청남대 개발사업이 아니라 수질개선이나 녹조제거에 대한 대책마련이다.

보 탄력운영은 결국 담수… 금강 망치는 길
 세종보 재가동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퍼포먼스
ⓒ 녹색연합
지난 6월, 환경부와의 면담에서 세종보 탄력운영의 실체는 결국 담수라는 것을 확인했다. '열고 닫고를 탄력적으로 한다'고 말은 하지만 '세종시에서 담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고 그 뜻은 결국 '담수', 강물의 흐름을 끊어낼 것이라는 답으로 읽혔다. 우리가 천막농성을 하며 끈질기게 버티는 이유는 이를 막기 위해서다. 지자체의 오리배와 수륙양용차 타령에 강을 망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보는 '5년간 방치'된 것이 아니라 강 자연성 회복상을 실제로 보기 위해 보를 개방해 그 회복상을 모니터링했던 곳이다. 흰수마자가 돌아오고 모래와 자갈로 제 살을 채워 회복하는 강의 모습을 유일하게 볼 수 있던 곳이 세종보 였다. 세종보 재가동을 찬성하는 언론들이 때마다 '방치되고 메마른 강'이라고 언급하며 금강을 망치는데 일조하고 있다.
 고라니가 물을 마시고 뛰어놀며 살 수 있는 금강
ⓒ 임도훈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5개월이다. 세종시는 '하천 불법점용 시설이다', '하천 흐름에 해를 가한다'며 3차 계고를 했지만 천막농성을 거둘 수 없다. 설령 담수를 시작해 물이 차올라도 안 나갈 각오로 여기서 버티려는 이유는 더 이상 금강을 망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강의 목을 끊어 채우는 '찰랑찰랑한 물'은 결국 금강이 죽어 가득히 고인 핏물이고, 수몰된 생명들의 억울한 한을 가득 채운 죽은 강일 뿐이다. 죽은 강을 바라보며 우리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
 돌 위에 앉은 할미새
ⓒ 임도훈
"할미새잖아, 아직도 몰라?"

새를 모르던 이도 천막농성장에 오면 할미새쯤은 알아본다는데, 그렇게 농성장에 있어도 아직 눈에 익지 않냐고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과 뱅기선배(오마이뉴스 기자)의 구박을 들으며 농성장에서의 하루가 또 지났다.

며칠 뜨거운 날씨를 잠재우듯 비가 내렸고, 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더위에 꽉 막힌 숨을 돌리고 있었다. 잠깐 쏟아진 비에 천막농성장 주변 웅덩이에 손님이 많이 온다. 흰뺨검둥오리는 사람 기척이 있으면 가까이 오는 친구들이 아닌데, 제법 우리 가까이에서 놀다가 떠났다. 할미새는 여전히 명랑하게 울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금강은 지금 흐르고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