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통일하지 말자" 후폭풍…야권은 혼란 조짐
與, 오세훈·김기현 등 나서서 뭇매 때려
野, 흡사 북한이 유엔 동시가입 반대 입장
뒤집었을 때처럼 우왕좌왕 하는 모양새
북한 김정은이 '두 국가 선언'을 했으니 이제 우리도 통일을 지향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 제3조도 김정은의 방향 전환에 따라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한 임종석 전 문재인정권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이 계속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여권으로부터는 전대협 의장 시절부터 그렇게 '통일'을 외쳐대던 임 전 실장의 표변은 "종북을 넘어 충북" "무슨 지령이라도 받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지난 1991년 북한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 이른바 "고뇌에 찬 결단" 교시를 하달했을 때처럼 혼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21일 "임종석 전 실장이 던진 발언이 대한민국 헌법과 안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두 개의 국가'를 받아들이자는 그들의 주장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 하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조금도 흔들릴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從北)을 넘어 충북(忠北)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라고 꾸짖었다.
앞서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한 김정은이 '두 국가론'에 따라 '통일론'을 폐기하고 있다며 "(우리도) 통일, 하지 말자.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전날 "임 전 실장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북한 김정은이 '통일 거부 선언'을 한 것과 연관 짓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며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두 국가 관계'라며 통일을 위한 조직과 제도를 모두 없애자, 급기야 민주당 친북·종북 인사까지 합세해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에 화답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런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민주당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이 나라를 통째로 갖다바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라며 "'통일포기 2국가론'은 김정은의 '반통일 2국가론'에 화답하는 것인데, 무슨 지령이라도 받았느냐"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도 "평생 통일을 주장하던 임종석 전 실장이 돌연 '통일하지 말자'고 돌변했다. 김정은의 통일 거부 선언에까지 장단을 맞추는 꼴"이라며 "두 개의 국가, 국보법 폐지, 헌법 영토조항 수정까지 김정은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거들었다.
5선 권성동 의원 또한 "임종석 전 실장은 전에는 그렇게 통일을 외치더니 왜 갑자기 표변했느냐"라며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굴욕적 눈치인지는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민족통일'을 그간 최대의 가치 지향점으로 삼아왔던 야권에서는 혼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마치 북한이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에 반대할 때에는 '분단 고착화'라며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벌여대다가, 북한이 하루아침에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다'며 유엔 동시가입에 찬성하자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던 1991년 상황을 연상케 한다는 관측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임종석 전 실장의) 그 얘기가 옳다. 1991년에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을 했으니 사실은 그 때부터 두 개의 국가"라며 "결국 남북 관계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찬가지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두 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며 "남북은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라는 기둥 하에서 통일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변경해야 할 어떠한 사정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학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바라봤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황정아 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 해당 발언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당내 숙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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