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공격성, 쏟아지는 과도한 비난... 반전 필요한 손흥민
[이준목 기자]
▲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의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각) 애버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 로이터=연합뉴스 |
토트넘은 9월 21일 홈구장인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브렌트포드(리그 8위, 2승 2패 승점 6)와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다. 현재 토트넘의 상황은 그리 좋지않다.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했던 토트넘은 올시즌 4라운드까지 치른 가운데 1승1무2패(승점 4점)의 성적으로 리그 13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열린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는 0-1로 패해 리그 2연패 및 아스날전 5연속 무승(1무 4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18일 열린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전)에서는 로테이션을 가동한 가운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챔피언십(2부리그)의 코벤트리를 상대로 내내 고전을 면치못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부임 첫 시즌과는 상반된 초반 흐름이다. 토트넘은 2023-24시즌 개막 초반 10경기 연속 무패행진(8승2무) 신기록을 수립하며 승점 26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28경기에선 승점 40점을 추가하는데 그쳤고, 순위가 하락한 끝에 결국 우승은 고사하고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도 놓쳤다.
토트넘의 하락세, 손흥민의 슈팅 시도 급감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19일 토트넘에 대한 분석 기사를 통하여 '토트넘의 개막 10경기 무패행진이 끝나고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간만 놓고보면, 승보다 패가 많았고, 경기당 2골 이상을 실점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 기간 2부로 강등된 팀들을 제외하고 토트넘보다 더 많은 패배를 기록한 EPL 팀은 울버햄튼, 노팅엄 포레스트, 브렌트포드 세 팀에 불과하다. 첫 10경기 반짝 효과를 제외하고 나면, 하위권 클럽의 모습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이 대부분의 경기에 점유율에서는 상대에게 앞서고도 최근 리그 13경기중 승리한 것은 겨우 4경기 뿐이라는 사실도 꼬집었다. 이는 세트피스와 역습 대응에 취약한 토트넘의 고질적 약점이며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되었던 문제들이다. 결국 올시즌 초반의 부진도 이변이 아니라, 결국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포스테코클루 축구의 한계라는 분석이다..
손흥민을 비롯한 핵심선수들도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통산 413경기 164골(EPL 122골)을 기록중이며, 주장으로 선임된 첫 시즌인 2023-24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달성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도 4경기 2골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팀이 4-0 대승을 거둔 2라운드 에버턴전에서만 멀티골을 몰아넣었을뿐, 컵대회를 포함한 나머지 4경기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최근들어 슈팅 시도가 급감한게 눈에 띈다. 손흥민은 17골을 넣은 지난 시즌만 해도 윙어와 공격수를 넘나들며 리그 35경기에서 총 73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슈팅은 40회에 이를만큼 높은 효율성을 보여줬다.
그런데 올시즌 손흥민은 리그 4경기에서 총 슈팅이 5회, 유효슈팅은 3회에 그칠만큼 예전에 비하여 득점찬스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적극성도 떨어진다. 리그 득점선두인 맨시티의 엘링 홀란이 16슈팅-12 유효슈팅으로 벌써 9골을 몰아넣은 것과 비교된다.
지난 북런던더비에서는 주전급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아스날을 상대로도 손흥민은 또다시 슈팅 1개에 그쳤고 유효슈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는 손흥민이 직전 9월 북중미월드컵 예선 A매치 2연전에서 장거리 이동과 연이은 풀타임 경기 소화로 인한 체력적 부담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손흥민, 건재함 확인시켜 줄 한 방이 필요하다
현재 토트넘에서 손흥민만 부진한 것은 아니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줘야할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나 히샬리송은 부상에 허덕이고 있으며,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 윙어 브레넌 존슨 등도 저조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주장이자 가장 오랫동안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해온 손흥민의 부진에 유독 비판의 화살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팀성적 문제만이 아니라 토트넘은 구단 안팎으로 여러 가지 잡음이 끊기지않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북런던더비 이후 일부 토트넘 극성팬들로부터 "최악의 주장"이라는 비난을 듣는 등 악플의 표적이 됐다. <골닷컴>과 <풋볼팬캐스트> 등에서는 일부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경기력과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장을 교체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팀성적이 나빠지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의 관계도 다소 미묘해진 분위기다. 손흥민이 지난 북런던더비 패배 직후, 팀의 세트피스 수비 문제에 대하여 "정말 실망스럽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얼마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최근 경기력에 대하여 "기복이 있고, 꾸준하지 않은 상태"라고 마치 반격하듯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팀을 함께 이끌어나가야할 감독과 주장 사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리 좋은 조짐이 아니다.
한편으로 이처럼 안팎에서 선수를 흔드는 듯한 분위기는, 올해 32세가 된 손흥민이 내년 계약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손흥민은 최근 이적설-방출설까지 연이어 거론될 만큼 토트넘에서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진 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단도 팬들도 최근 활약상이 일시적으로 저조하다고 해서, 팀을 위하여 10년 가까이 헌신해온 레전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보이는 모습은 아쉽다.
손흥민은 최근 언론과 팬들의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구단으로부터도 존중과 보호를 받지못하고 주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만 짊어지게 된 모양새다. 만일 브렌트포드전에서도 좋지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토트넘의 위기설과 손흥민의 위상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에게는 지난 에버턴전 멀티골처럼, 무분별한 비난 여론을 침묵시키고 자신의 건재를 확인할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을 다시 보여줘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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