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민 54%,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이렇게는 오래 못 산다"
3년째 러시아와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54%(난민 포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21%는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18%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우크라이나인의 27%가 우울하거나 매우 슬프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해인 2021년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올해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 수가 2023년 이후 두배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2021년 이후 항우울제 판매가 거의 50% 뛰었다는 시장 조사 자료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 인구의 대다수가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WHO의 야르노 하비히트 우크라이나 책임자는 BBC 방송에 " 증상은 다를 수 있다"며 그 유형으로 슬픔이나 불안, 수면 장애, 피로, 커지는 성난 감정 등을 꼽았다.
그는 "어떤 사람은 단순히 고통스럽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는 등 설명할 수 없는 신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심리치료사인 안나 스타티우카는 전쟁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안전과 안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티우카는 “이 두 가지가 갑자기 사라지면 많은 스트레스가 생긴다”며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불안, 우울증, 무관심, 불면증, 집중력 부족 같은 증상으로 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극도의 경계 상태에 머물 수 없다”며 이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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