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부담에 둘째 접었지만…그래도 ‘맹모강남’ [1+1=0.6명③]
유민지 2024. 9.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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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은 출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한달에 1만원씩 증가할 때마다 합계 출산율이 0.01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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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도 어려운데 둘 키우는 건 욕심
학생수 줄지만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
지난 10일 쿠키뉴스와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장모(45)씨는 학부모라면 마음속에 늘 대치동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에는 ‘교육 1번지’ 대치동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자녀가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서초, 방배, 동작, 흑석, 목동 인근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대치동으로 가고 싶지만, 가용 현금이 모자라서 영끌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학원비, 교재비 등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은 200은 거뜬히 넘는다. 에듀푸어(사교육에 지나치게 지출해 가계형편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가 될까 걱정되면서도, 자녀 교육에 후회를 남길까 두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물가에 월급만큼 드는 교육비까지. 평범한 가정에서 두 자녀는 ‘욕심’이라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솔직히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외동보단 둘이 좋지만, 지금 한 명도 이렇게 빠듯한데, 현실적으로 둘을 키우는 건 욕심이라고 본다”며 “여유 있는 집은 형제‧자매‧남매 모두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으나, 우리 부부는 두 명에게 대충 지원해주느니, 차라리 한 명 낳아 제대로 양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건 부모의 의무이지만, 치솟는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학생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 지출만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은 출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한달에 1만원씩 증가할 때마다 합계 출산율이 0.01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교육비 부담’을 극심한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시기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위드리서치에 의뢰한 온라인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19%p)에서도 대한민국 저출생 현상의 주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은 16.9%로 2위를 기록했다.
출생률 반등에 성공한 주요 선진국들은 교육에 지출을 늘리고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제공해, 가정의 교육 부담을 줄여왔다. 지난 6월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 보고서에서는 “자녀를 위한 교육비용은 육아에 대한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교육비의 상승은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작동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 가정에서 추가적인 출산으로 인한 부담을 많이 경감시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출산으로 인한 아이의 교육비용 증가는 저개발 국가에서만 발견되는 사항”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출산 아이 수와 인적자본 수준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질 높은 공교육 서비스가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 학교, 사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과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키뉴스 설문조사에서도 2024년도 정부의 ‘저출생 5대 핵심과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이 1위(31.8%)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학생수 줄지만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
합계출산율 0.6명대를 목전에 뒀다. 장기간 이어진 초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국가 존립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다. 저출생 해법을 찾는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는 무엇일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편집자주- |
# 오는 11월 출산 예정인 이모(31)씨는 7년 뒤 강남 8학군 지역으로 이사를 위해 저축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강남 8학군에서 성장한 이씨는 자녀도 영어유치원, 강남 8학군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해 명문대에 진학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에는 이사를 가야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아 또래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에 교육비 생각하면 둘째는 생각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저출생 여파로 대한민국은 ‘축소되는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서울에서까지 폐교가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서울 강남구는 다르다. 2199명,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 순유입 1위는 강남구였다. ‘경제적 부담’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 땅값이 비싼 강남구엔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지난 10일 쿠키뉴스와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장모(45)씨는 학부모라면 마음속에 늘 대치동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에는 ‘교육 1번지’ 대치동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자녀가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서초, 방배, 동작, 흑석, 목동 인근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대치동으로 가고 싶지만, 가용 현금이 모자라서 영끌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학원비, 교재비 등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은 200은 거뜬히 넘는다. 에듀푸어(사교육에 지나치게 지출해 가계형편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가 될까 걱정되면서도, 자녀 교육에 후회를 남길까 두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물가에 월급만큼 드는 교육비까지. 평범한 가정에서 두 자녀는 ‘욕심’이라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솔직히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외동보단 둘이 좋지만, 지금 한 명도 이렇게 빠듯한데, 현실적으로 둘을 키우는 건 욕심이라고 본다”며 “여유 있는 집은 형제‧자매‧남매 모두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으나, 우리 부부는 두 명에게 대충 지원해주느니, 차라리 한 명 낳아 제대로 양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건 부모의 의무이지만, 치솟는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학생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 지출만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은 출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한달에 1만원씩 증가할 때마다 합계 출산율이 0.01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교육비 부담’을 극심한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시기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위드리서치에 의뢰한 온라인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19%p)에서도 대한민국 저출생 현상의 주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은 16.9%로 2위를 기록했다.
출생률 반등에 성공한 주요 선진국들은 교육에 지출을 늘리고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제공해, 가정의 교육 부담을 줄여왔다. 지난 6월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지속성장을 위한 한국경제의 과제’ 보고서에서는 “자녀를 위한 교육비용은 육아에 대한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교육비의 상승은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작동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 가정에서 추가적인 출산으로 인한 부담을 많이 경감시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출산으로 인한 아이의 교육비용 증가는 저개발 국가에서만 발견되는 사항”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출산 아이 수와 인적자본 수준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질 높은 공교육 서비스가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 학교, 사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과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키뉴스 설문조사에서도 2024년도 정부의 ‘저출생 5대 핵심과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이 1위(31.8%)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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