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이주민이었다

김재중 2024. 9. 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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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고향 갈 때면 놀라는 게 있다.

나그네인 이주민을 내 가족처럼 돌보는 것이 이웃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주민들은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해외동포 등으로 다양하다.

결혼이주여성은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착 초기에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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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명절에 고향 갈 때면 놀라는 게 있다. 전통시장에서 좌판을 벌이며 능숙한 우리말로 과일을 파는 외국인이 하나둘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향집의 2층에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이 산다. 이제 이주민은 낯선 손님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바야흐로 이주민 300만 시대다. 법무부가 올해 발표한 ‘연도별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년 20만~3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여서 3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다. 통계청의 ‘2023년 우리나라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7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2000명(0.2%) 늘었다. 총인구가 증가한 것은 3년 만이다. 심각한 저출산 여파로 내국인 수는 줄었으나 이주민이 크게 증가한 결과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선정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 3일부터 각 가정에서 가사를 돕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 사회가 됐다. 지방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이 줄어들자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한국교회를 찾는 이주민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환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그네인 이주민을 내 가족처럼 돌보는 것이 이웃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성조’ 아브라함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일흔다섯 나이에 고향인 하란을 떠나 전혀 알지 못하는 땅으로 향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 12:1) 야곱 역시 큰 기근을 피해 가족을 이끌고 이집트로 와 함족 땅에서 나그네가 됐다(시 105:23).

고향을 떠나 한국을 찾아온 이주민은 한국 사회 속 세계 교회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핀다면 그들이 복음을 접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 선교사 또는 그 조력자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우리가 찾아갈 수 없는 문화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리를 찾아왔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이주민들은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해외동포 등으로 다양하다. 체류 목적이 제각각이고 체류 기간도 다르기 때문에 유형별로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사역이 필요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설문조사(2022년)에 따르면 국내 이주민은 종교시설에서 제공하는 가장 도움되는 서비스로 ‘자국민 사귐’(49%)을 꼽았다. 한국어 교육(22%), 노동조건 상담(7%)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은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착 초기에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비자 갱신을 위한 한국어 자격증 취득과 노동조건 상담이다.

이주민 사역자로는 해외선교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은퇴 선교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선교사들은 언어장벽을 넘어설 수 있고, 이주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국내 이주민들과 잘 소통하면서 교회로 인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는 이주민 자녀들에 대한 돌봄이 절실하다.

이주민 사역은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소멸과 지방대학 위기에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지역교회가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대학과 적극 협력해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 사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낯선 땅에 온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포용하는 문화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이자 나그네이며 영적인 이방인임을 기억하자.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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