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줄퇴사’...20·30 공무원들 “그만두겠습니다” [국회 방청석]
3년 미만 근무 퇴직 공무원, 5년 새 2배 증가
낮은 보수에 과도한 업무 등 영향
“공시생 땐 어떻게든 합격하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오니 어떻게든 관두고 싶은 생각뿐이네요.”
“현직입니다. 언제나 개인 폴더 한편에 의원면직서 넣어두고 매년 날짜를 바꾸는 중입니다.”
한 유튜브 공무원 퇴사 브이로그에 달린 댓글들이다. 댓글 내용처럼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 문화 등에 공직을 떠나는 20·30대 청년 공무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공직에 들어선 지 3년도 안 돼 퇴직하는 공무원들이 최근 5년 새 2배로 급증한 것.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각 지자체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용 3년 미만 퇴직’ 공무원은 8773명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2021년 7462명, 2022년 8492명, 지난해 8773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4099명이었던 수치와 비교하면 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임기제, 한시적임기제 등 임기가 정해진 직종의 퇴직 인원은 2022년 1186명에서 지난해 1008명으로 감소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보인 건 일반 공무원의 조기 퇴직이 계속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20·30대 공무원의 퇴직 건수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여 문제다. 20대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의원면직은 2020년 543명에서 2022년 65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593명으로 전년 대비 다소 줄었으나 증가세는 여전하다. 30대 일반직 국가공무원 의원면직은 2020년 1006명에서 지난해 1264명으로 늘었다.
20·30대 청년 지방공무원의 퇴직 현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0대 공무원의 의원면직 인원이 2020년 153명에서 올해 283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부산 지역도 30대 공무원의 의원면직 인원이 2020년 58명에서 올해 11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재직 5년 미만 지방공무원의 퇴직자는 2019년 6500명 수준에서 지난해 1만3566명으로 늘었으며, 5년~7년 차 퇴직자도 같은 기간 684명에서 2050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박봉’이라는 인식 때문에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도 매년 떨어지는 실정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2.8 대 1로 31년 만의 최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 젊은 세대 특성과 경직된 공직문화 간 괴리, 악성 민원 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공직을 떠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무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자 정부는 2025년 공무원 보수를 8년 만에 최대 인상률인 3% 올리기로 했지만, 이 역시 청년 공무원의 퇴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연차 공무원 보수의 추가 인상을 검토하는 중이다. 인사혁신처는 연말에 공무원 봉급표를 확정한다.
각 지자체 역시 청년 공무원들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는 올해부터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연가 사용 눈치 주기 자제, 계획에 없는 회식 자제, 비상 연락망 전 직원 공지 자제 등 4대 근무 혁신 방침을 내세웠다. 제주는 10년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했던 장기 재직 휴가(5일)를 5년 이상으로 확대했다. 강원 동해시는 맛집 투어, 영화 관람 등 참신한 회식 문화를 도입해 세대 간, 직원 간 소통하고 화합하는 자리로 개선을 꾀하고 있다.
박정현 의원은 “청년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었으나 개선되는 기미가 없다”며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방편이 아니라 공직 사회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라는 위기의식 아래 근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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