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운전면허 '나이' 아닌 '운전실력' 측정해 회수 검토
특정 조건 하에서만 운전 가능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의견도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와 경찰이 나이가 아닌 실제 운전 실력에 근거해 운전 면허를 관리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와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김원신 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 부장·한동훈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 과장·지연환 경찰청 교통기획과 계장·김석준 국민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장·김상신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상신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실제 운전 실력을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 면허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는 면허 관리 강화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연령대만을 기준으로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개인의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에 따라 면허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주행 검사를 다시 시행한다든가 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면허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진 교수는 일률적으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면허 반납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65세부터 75세까지는 대부분 양호한 건강 상태로 운전에 큰 지장이 없고 75세 이상부터 실제 사고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1년 연령대별 운전자 1만 명당 사고 건수에서 65세 이상은 79.3건으로 20세 이하(120.8건)보다 적고 61~64세(74.9건)와 비슷하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75세 이상, 85세 이상 등으로 세분화한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제안했다. 실제 사고 위험이 높은 고연령층일수록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농촌·도시 등 생활 여건을 감안해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윤호 사무처장은 "운전 면허 취득 시간을 60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여놓으니 국내 과정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취약해졌다"며 고령자 뿐만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 대한 면허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건부 면허제는 신체적 질환 등으로 정규 운전면허 유지가 어려운 운전자가 제한된 운전 시간·거리 등 특정 조건 하에서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교수는 "고위험 운전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을 하라는 것"이라며 "실제 일본은 급발진 방지장치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한정 면허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렸다.
지연환 계장은 이와 관련해 내년 운영되는 경찰청의 조건부 면허 시범 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고령자 뿐 아니라 운전 능력이 저하된 누구든 운전 능력을 평가받고 이를 토대로 조건부 면허를 부여받는 구체적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가상현실로 운전 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평가 제도를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용 책임연구원은 다음 달부터 도입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5년 내 2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음주를 하고 차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이를 방지하는 장치다. 유 연구원에 따르면 운전자가 300만~500만 원을 자부담해야 해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렵다.
이윤호 사무처장은 오토바이 전면 번호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보도 위에 오토바이가 달리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놀란다"며 "전면 번호판은 단순히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써놓고 다니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명찰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동의 자유는 곧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 반경과 건강한 사회활동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교통 환경이 복잡해지며 운전 위험 요소가 늘고 있다"며 "전문가들간 토의로 실효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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