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코서 ‘韓고속철’ 자랑한 이유…50조원 ‘빅마켓’ 겨냥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체코 공식 방문 중 한국 고속철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고속철 사업 협력’을 잇따라 강조했다. 유럽 심장부에 위치한 체코가 약 340억 유로(한화 약 50조원) 규모의 고속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사업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대표 경제지인 ‘호스포다즈스케 노비니’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체코는 동서 유럽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허브”라며 “체코의 고속철도 건설과 운영에 ‘신속과 안전(Fast and Safe)’으로 잘 알려진 한국 고속철도 기업들과의 협력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프라하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 차량을 독자 개발해 수출한 국가”라며 “한국 고속철도는 ‘Fast and Safe’라는 명성을 쌓아 온 만큼, 체코의 고속철도 건설과 운영에 한국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번 체코 방문에서 고속철 협력 계기를 마련하는 게 윤 대통령의 숨은 전략적 목표 중 하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만큼이나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고속철 사업을 염두에 두고 사전 포석을 뒀다는 것이다.
체코 고속철 사업의 경제적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체코 고속철 프로젝트 소요 예산을 총 340억 유로(한화 약 50조원)로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구간별 타당성 조사와 설계용역이 진행 중이고 건설단가가 매년 오르는 만큼 향후 건설비용이 405억 유로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앞서 현대로템이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과 체결한 고속철 차량 공급계약은 약 2700억원 규모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22년 체코 철도 당국은 2025~2050년에 13단계에 걸쳐 하루 13만명을 수송할 수 있는 초고속 열차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는 체코는 인접국인 독일·폴란드·슬로바키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총 5개 노선을 만들 전망이다. 해당 고속철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0~320㎞가 될 계획이다.
고속철 프로젝트는 예로부터 철도 물류가 발달한 체코의 염원 사업 중 하나다. 체코의 국토 면적은 남한의 3분의 2 수준이다. 하지만 체코 철도 총연장 길이는 9355㎞로 오히려 우리(5085㎞)보다 약 1.8배 더 길다.
문제는 철도 선진화 정도를 판단하는 복선화율(오가는 열차가 따로 다닐 수 있게 선로를 두 개 이상 설치한 비율)과 전철화율(열차 동력원이 전기인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2023년 10월 23일 발간한 ‘체코 고속철 프로젝트 동향’에 따르면 체코의 복선화율은 22.1%, 전철화율은 34.4%에 그친다. 이는 한국(본선화율 67%, 전철화율 7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노후화된 철도 인프라 때문에 열차 최고 속도는 현재 시속 160㎞에 그친다고 한다. 그마저도 총연장 9355㎞ 중 약 400㎞에서만 가능한 수준이다. 전체 철도 노선 중 4.2%에서만 고속 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체코 정부도 우리 정부와 고속철 프로젝트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틴 쿠프카 체코 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4월 현대로템을 방문하고 KTX를 시승한 뒤 ‘엑스’(옛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페트르 피알라 총리 초청으로 체코를 방문해 열린 회담에서도 고속철이 거론됐다. 당시 피알라 총리는 “고속철도, 원전, 수소 등 미래첨단산업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해 나가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자”고 말했다.
프라하=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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