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고려아연 최윤범, 여론전까지 직접 지휘…MBK “공개매수 문제 없다”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영풍·MBK 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을 재차 문제삼으며 '공개매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일본 출장에서 귀국해 이날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경영진과 대응책을 고민했다. 특히 최 회장은 오전에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두 곳(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으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해당 신용평가사가 공식 공개하기 전에 미리 배포하라고 지시하는 등 여론전도 직접 지휘했다. MBK파트너스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공격하자, 신용평가사의 공식 평가로 반박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법적 대응도 시작했다.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전날 장형진 영풍 고문, MBK파트너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영풍의 사외이사들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밀실 공모’로 이뤄진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계약으로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파트너스와 김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결정 과정에 장 고문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아닌 영풍정밀이 고발장을 제출한 건 MBK파트너스가 영풍정밀 지분도 공개매수하고 있고, 영풍정밀은 영풍의 주식 4.39%를 갖고 있는 주주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대응과 별개로 핵심은 지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 출장을 가서 해외 협력사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MBK파트너스보다 규모가 큰 글로벌 사모펀드와 만났다. 그곳과 얘기가 잘 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공격에 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방어를 하려면 약 1조원이 필요하다. ‘백기사’ 글로벌 사모펀드를 통해 우호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를 하는 방안을 고려아연은 논의하고 있다.
MBK “공개매수 문제 없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73만5000원(20일 종가)까지 올라 공개매수가 66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MBK파트너스가 목표로 했던 지분을 매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식은 하루에 50만 주 내외가 거래되고 이 중 75%는 개인 투자자 거래다. 주가는 개인들이 끌어올리고 있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다시 주가가 빠진다는 것을 기관 투자자들은 안다. 그러기 때문에 기관은 66만원을 괜찮은 가격이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식은 기관이 2000만주 정도, 개인이 70만주 정도 갖고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기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개매수 청약은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된다. 대부분의 공개매수 청약은 마지막 사흘에 집중된다.
“핵심기술 유출 우려”
울산지역 기업 경영인 단체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토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결탁한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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