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확보하는 게 전쟁"…폭염에 여름배추 한 포기에 9337원
“요즘 배추 물량 확보하는 게 전쟁이에요.”
20일 서울 가락시장의 한 청과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사전에 일정 물량을 받기로 약속했어도 다른 업체에서 웃돈을 얹어 빼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매사들이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배추 농가에 전화해서 작업은 마쳤는지, 트럭에 해당 물량을 실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말했다.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고랭지(여름) 배추'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량이 부족해지자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이미 9000원을 넘어섰다.
여름배추 포기당 9000원 넘어…폭염 탓 작황 부진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른 건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 18~20도인 저온성 채소다. 주요 생산지인 강원도가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생육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재배 면적이 축소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5.3%, 평년보다 4.9% 축소되면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6%, 평년보다 8.5%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선 가을배추 '무름병'…전문가 “지나친 우려”
문제는 가을배추다. 김장철 배추 가격과 직결되는 가을배추는 8월 말~9월 초 모종을 심어 9월 중순 아주심기(정식)를 마친다. 일부 농가에선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진 데다 최근 폭우가 겹치면서 작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충북 괴산에서 5년째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홍모(67)씨는 “8월 20~30일 사이 정식을 했는데 당시 폭염이 한창때라 녹아버린 모종이 많았다”며 “폭염이 지나니 바로 폭우가 와 ‘무름병’이 왔다”고 말했다. 농경연은 올해 가을배추 재배(의향) 면적이 1년 전과 비교해 2.1% 줄고, 생산량은 4.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을배추는 11월 수확할 때까지 시일이 많이 남은 만큼 지나친 우려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우식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여름배추 공급 부족 현상은 장기간 폭염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지만, 가을배추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생육이 괜찮다. 기상청에 따르면 조만간 기온도 떨어질 전망이라 재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재배 면적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배추 가격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농가에선 (가을)배추를 더 많이 심으려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확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또 여름배추는 강원도 고랭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는 반면 김장철에 쓰는 가을배추는 전국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피해가 있더라도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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