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개처럼 뛰었다' 페예노르트 데뷔전 11.76km 폭풍 질주!…'박지성 빼닮은 플레이', 팬들도 극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팀은 참패했지만 데뷔전을 치른 미드필더 황인범은 달랐다.
네덜란드에서 '제2의 박지성'이 되겠다는 의지를 그라운드에서 실현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이 최근 이적한 네덜란드 1부리그 명문 구단 페예노르트 데뷔전을 치렀다. 팀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최고 평점을 따내는 등 깊은 인상을 남겼다.
페예노르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인 레버쿠젠에 0-4로 대패했다.
레버쿠젠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을 동시 석권했던 팀이라 페예노르트가 어려움을 겪을 것은 예상됐지만 실력 차가 꽤 컸다. 결국 4골 차로 무릎을 꿇고 첫 라운드를 불안하게 출발했다.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36개팀 중 35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 경기는 황인범에게 뜻 깊은 한판이 됐다. 9월 A매치 기간 직전인 지난 3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에서 이적한 황인범의 페예노르트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선수 등록 문제로 지난 주말 리그 경기를 쉰 황인범은 노동 비자를 받자마자 출격했다. 그 것도 선발로 나섰다.
홈팀 페예노르트는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티몬 벨렌로이터가 골문을 지켰고, 조르당 로통바, 게르노트 트라우너, 토마스 베일런, 다비드 한츠코가 백4를 구성했다. 황인범, 라미즈 제루키, 퀸턴 팀버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안토니 밀람보, 산티아고 히메네스, 이고르 파이샹이 스리톱을 이뤄 득점을 노렸다.
원정팀 레버쿠젠은 3-4-2-1 전형으로 맞섰다. 루카시 흐라데츠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피에로 잉카피에, 요나탄 타, 에드몽 탑소바가 수비를 이뤘다.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로베르트 안드리히, 그라니트 자카, 제레미 프림퐁이 허리라인을 받쳤고, 플로리안 비르츠, 마틴 테리어가 2선에서 원톱 빅터 보니페이스를 지원했다.
선수 구성만 봐도 차이가 많이 났다. 비르츠, 타, 탑소바, 자카 등을 유럽에서도 특급으로 인정받는 자원들이다.
황인범은 이날이 한국시간으로 생일이었는데 좋은 패스와 공격 기회를 제공하고 수비 가담까지 하며 무난한 활약을 펼치고 생일을 자축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은 황인범에게 페예노르트 선수 중 가장 높은 6.7의 평점을 매겼다. 황인범은 슈팅 3개, 패스 성공률 82% 등을 기록했다.
페예노르트 구단의 SNS에도 "황인범이 희망이다", "황인범을 발견한 것은 좋았다"는 등 그의 플레이를 극찬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페예노르트가 이날 전반에만 4골을 얻어맞고 무너진 터라 황인범의 활약은 팬들에게 더 큰 위로가 됐다.
레버쿠젠은 비르츠가 전반 5분 만에 페널티아크에서 날린 땅볼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고, 전반 30분에는 그리말도가 추가골을 뽑았다. 비르츠는 전반 36분 역습 상황에서 제레미 프림퐁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로 마무리해 멀티골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반 44분 페예노르트 골키퍼 벨렌로이터의 자책골까지 더해졌다.
페예노르트는 후반 21분 황인범이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프리킥 직접 슈팅 등으로 만회골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입단 뒤 박지성을 롤모델로 콕 찍었다. 박지성은 202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뒤 이듬 해 네덜란드 명문으로 페예노르트 라이벌인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년 반을 뛰고 프리미어리그 당시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는데 PSV에서 엄청난 활동량, 공수에 모두 능한 기량으로 맨유와 사인했다.
당시 박지성을 가리키는 찬사 중 하나가 "개처럼 뛴다"였다. 그 만큼 쉬지 않고 뛰면서 공격을 감행하고 상대 공격수를 수비로 괴롭혔다.
황인범의 이날 레버쿠젠 플레이도 박지성을 연상하게 했다. UEFA 홈페이지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날 90분을 뛰는 동안 11.76km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성처럼 유럽 무대 특급 선수들이 12km를 뛰면서 각광받았는데 황인범도 이에 못지 않았던 것이다.
박지성 꼭 빼닮은 플레이를 펼쳤다. 그야말로 개처럼 뛰며 페예노르트 팬들의 희망이 됐다.
페예노르트를 이번 시즌부터 이끄는 덴마크 출신 브리안 프리스케 감독은 "황인범의 첫 경기는 정말 좋았다. 우리와 함께 훈련을 몇 번밖에 하지 않았으나 황인범은 팀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긍정 신호를 보냈다.
페예노르트 데뷔전을 치른 황인범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지만 홈에서 이런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이 수준에서 그런 골을 허용하면 안 된다.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해야 한다. 후반전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더 잘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몇 골을 넣어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이미 페예노르트 선수로서의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 페예노르트 구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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