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진실 혹은 거짓…내주 마이크론 입 주목
반도체 성장 둔화에 삼성·SK 실적 제동 걸릴지 관심
26일 마이크론 실적설명회에서 AI칩 수요 강도 확인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꺾이게 될까.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내놓은 비관론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IB들은 K반도체가 강점을 가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업계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마이크론의 입에 우선 주목한다. D램·낸드를 두고 삼성·SK와 경쟁하는 마이크론이 실적설명회에서 HBM 로드맵 및 생산 계획을 긍정적으로 제시한다면 시장 안팎의 우려도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다가온다-투자 등급 두 단계 하향 조정'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두 단계 내렸다. 목표 주가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으며 삼성전자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주가 조정 이유로 PC·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AI용 HBM 공급과잉을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HBM 공급량이 2500억 기가비트(Gb)에 달해, 이 기간 수요(1500억Gb)를 크게 초과할 것으로 우려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 측면에서 사이클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메모리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이클 후반기를 지나면서 매출 성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IB BNP파리바도 마이크론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BNP파리바는 13일(현지시간) 마이크론에 대한 의견을 매수(Outperform)에서 매도(Underperform)로 두 계단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140 달러에서 67 달러로 52%나 내렸다. 모건스탠리와 마찬가지로 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들었다.
국내업계는 이같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적으로 HBM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는 고객사 주문에 따라 생산되기 때문에 공급과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HBM과 관련해 "내년에는 올해 보다 2배를 넘어서는 비트 공급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 계획 기준으로도 내년 일부 고객사들의 요청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폭발적인 HBM 인기를 강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담당은 "2025년에는 HBM 뿐만 아니라 일반 메모리 수요 증가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AI 기술 투자 규모도 과소평가됐다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10개 주요 기술 기업의 AI 투자 증가율을 올해 52%에서 내년 8%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블룸버그는 13개 기술 기업 투자 증가율이 올해 33.7%, 내년 13.4%로 예상해 차이가 있다.
물론 내년 메모리 업황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성장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PC, 모바일 등 시장 수요 둔화로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범용(conventional) D램 평균 계약 가격이 3분기 8~13%에서 4분기 3~8%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률 둔화 이유로 PC 수요 등 매스 마켓(대량 판매·소비 시장) 불확실성을 들었다. 옴디아도 같은 전망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이 올해 D램 69.1%, 낸드플래시 56.9%에서 내년에는 12%, 50%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PC, 모바일 등에서 소비가 부진하더라도 AI 관련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공통적으로 예상하는 만큼, HBM 중심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AI와 일반 서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해 급격한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년에도 공급 확대가 없는 만큼 리스토킹(재고 축적) 수요가 회복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가격 상승폭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 수석 부사장인 에이브릴 우는 "D램 가격이 지난 2개 분기 동안 약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평균판매가격은 내년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HBM 보급률이 높아지면 D램 시장이 안정화돼 내년 전망을 덜 비관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 IB들의 '반도체 겨울론'은 다음주 열리는 마이크론 실적설명회에서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항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오는 25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한다.
마이크론은 지난 6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76억 달러로 제시하며 전분기(68억1100만 달러)와 견줘 11.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총수익도 34.5%로 전분기(28%) 보다 6.5%p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날 마이크론이 차세대 HBM 로드맵 및 생산 전략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아 AI 반도체 수요 강도를 재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마이크론은 5세대 HBM인 HBM3E 12단 개발을 마치고 주요 고객사에게 샘플을 제공중이라고 밝혀 차세대 HBM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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