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저지' 선언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후 시나리오는

이성민 2024. 9. 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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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이길 방법 찾았다"
일본 찾아 해외 기업 우군 꾸려
다수 증권사 찾아 주담대 논의

영풍과 고려아연의 75년 공동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중심으로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독립적인 경영을 막겠다는 ‘벼랑 끝 전략’을 택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정한 최소 물량을 확보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의결권 기준 44%가량을 갖게 된다. 주주총회 출석률 등을 고려했을 때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이들 판단이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최 회장은 "온 힘을 다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내용의 서한을 19일 임직원에게 보냈다.

그는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절대로 흔들리지 맙시다. 서로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하자"라고 강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도 이날 특수관계자에서 장 고문 일가를 제외했다. 대항 공개매수의 길을 열었다. 최 회장 측이 방어를 위해 필요한 지분율은 최소 7.63%다. 대항 매수에 나설 경우 MBK파트너스 측 제안(66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과 더 많은 물량(144만5036주)을 확보해야 한다. 조달 금액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측의 깊어지는 갈등 상황 속에서 향후 제기될 이슈에 대해 짚어봤다.

최윤범 회장, 반격의 카드는

최 회장 측은 주식담보대출 등 추가 자금을 확보하거나, 자신에 우호적인 백기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급히 일본을 방문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일본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려아연과 협업해 온 기업들을 위주로 우군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서한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는데, 이를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 회장은 복수의 증권사와 자금확보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백기사 확보와 별개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법정 공방도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이사회의사록과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영풍 이사들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업무상 배임 등 형사고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감독 당국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

경영권 확보 이후 영풍·MBK의 관계는

MBK파트너스는 12일 영풍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키로 합의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보다 1주 더 보유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실질적인 경영권은 MBK파트너스가 갖게 되고, 고려아연의 대표이사(CEO)와 재무담당책임임원(CFO)은 MBK파트너스 측이 지명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영풍은 경영권을 넘기더라도 고려아연의 독립을 막기 위해 MBK파트너스의 경영활동에 협조할 계획이다. 이는 영풍의 배당 수익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풍이 받은 배당금 1720억원 중 93%인 1607억원이 고려아연에서 발생했다. 또, 글로벌 비철금속 제조업 1위 기억인 고려아연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조원을 내는 안정적인 회사다. 최 회장이 취임한 후 각종 유상증자를 통해 우군 지분을 늘리는 등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 시도가 계속되자, 영풍은 경영권을 포기하더라도 이를 막는 선택을 한 것이다.

MBK 이후 경영권은 어디로…영풍이 다시 쥘까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적어도 10년은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국내 대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계약에선 MBK파트너스가 영풍에게 다시 경영권을 넘기는 상황을 금지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확보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상황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당장 벌어지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인데 지금으로선 그때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지금 경영권을 MBK에 넘긴 마당에 그 얘기를 하는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서린상사 경영권 행방은

고려아연이 경영 중인 서린상사(현 KZ 트레이딩) 이사회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비철금속을 해외로 유통 판매하는 핵심 계열사로, 지금까지 영풍이 33.3%의 지분으로 경영을 맡아왔다. 지만 지난 6월 고려아연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4명을 추가 선임, 이사회 9명 중 8명을 자사 인사로 채웠다. 이후 사명을 변경하며 영풍과의 위탁 거래도 중단했다.

영풍 측은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MBK파트너스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려아연 측이 새롭게 선임한 사내이사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촌인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이승호 고려아연 CFO 등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할 때,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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