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곳 병원서 거부당한 70대…결국 구미→창원 헬기 이송

김정석 2024. 9. 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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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저하로 쓰러진 70대 노인이 20여 차례 병원에서 거부당한 뒤에야 어렵사리 치료를 받았다. 직선거리로 100㎞ 이상 떨어진 경북 구미에서 경남 창원까지 헬기를 타고 이송해야만 했다.


22번째 연락 끝 창원까지 헬기 이송


20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5분쯤 구미시 선산읍에 사는 70대 여성 A씨가 의식 저하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저하 등 증세를 보였고 구급대원이 응급처치한 후 병원으로 이송을 시도했다.

구급대원은 대구와 경북 지역 병원 21곳에 연락을 했지만 모두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결국 2시간여가 지난 오후 1시58분쯤 22번째로 연락한 창원의 한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소방헬기로 이송돼 해당 병원에 오후 3시50분쯤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신고를 접수한 지 4시간이 넘은 뒤였다.

경북소방본부 구조헬기. 뉴스1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처럼 22차례 시도 끝에 병원 치료가 가능했던 것은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 탓이 크다고 한다. 경북대병원 등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응급실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의료 공백에 지방 응급실 가동률 뚝


올해 1∼8월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14곳의 응급실 병상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26%포인트 하락해 3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전국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14곳의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가동률)는 36.4%로 지난해 62.4%보다 2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 포화지수는 병상 대비 환자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5월 2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외래진료실 앞에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비상 진료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대구경북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병원의 올해 1∼8월 평균 응급실 가동률은 52.5%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평균 응급실 가동률 97.2%보다 44.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지방 국립대병원은 올해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응급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최근 의료 공백 사태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비수도권 응급실 가동률 저하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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