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이런 선수 없었다"…오타니 50홈런-50도루 달성, MLB 정복하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한 경기에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빅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 고지를 밟았다.
오타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6타수 6안타 3홈런 10타점 4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무려 세 차례나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5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도루까지 두 개 더 추가, 50홈런-50도루의 위업을 달성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018년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온 오타니는 야구 역사상 그와 같은 선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새 기록을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오타니는 첫 타석부터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1회초 마이애미 선발투수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1사 1·2루에서 4번타자 윌 스미스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2024 시즌 50번째 도루가 완성됐다.
오타니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했다.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1·2루 찬스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무키 베츠의 타석 때 1회초에 이어 또 한 번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시즌 51호 도루를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오타니는 다저스가 5-1로 앞선 3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도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2사 1·3루에서 좌중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스코어를 7-1로 만들었다. 다만 3루타를 노리고 베이스러닝을 이어가다 아웃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모두가 기다렸던 오타니의 홈런은 6회초 터졌다. 오타니는 다저스가 7-3으로 앞선 1사 2루 타점 찬스에서 마이애미 우완 조지 소리아노를 상대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139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3m짜리 타구를 날려 보냈다.
오타니는 지난 18일 시즌 48호 홈런을 때려내며 추신수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안 빅리거 통산 최다 홈런(218) 기록을 넘어섰다. 이틀 만에 49호 홈런을 손에 넣고 50홈런-50도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오타니에게 '아홉수'는 어울리지 않았다. 다저스가 11-3으로 크게 앞선 7회초 50홈런-50도루를 완성했다. 2사 2·3루에서 마이애미 우완 마이크 바우만이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오타니는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바우만의 4구째를 받아쳤다. 143km짜리 너클 커브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9m의 타구를 쏘아 올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창조했다.
오타니는 50홈런-50도루를 자축하는 홈런 한 개를 더 추가했다. 다저스가 14-3으로 앞선 가운데 들어선 마지막 타석도 홈런포로 장식했다. 9회초 2사 1·2루에서 시즌 51호 홈런을 때려냈다.
마이애미 벤치는 이미 승부가 기운 상태에서 불필요한 투수 소모를 막기 위해 내야수 비달 브루한을 투수로 기용했다. 오타니는 투 볼에서 브루한의 109km짜리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4m짜리 대형 홈런을 폭발시켰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맹타를 앞세워 마이애미를 20-4로 완파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달성을 한 경기 3홈런과 함께 이뤄내며 슈퍼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타니는 앞서 지난달 24일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40홈런-40도루 달성 당시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한 달 뒤에는 홈런과 도루 10개를 더 추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50홈런-50도루는 컴퓨터 게임이나 야구 만화에서나 가능한 수치로 여겨졌다. 당장 40홈런-40도루만 하더라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5명만 이뤄냈던 업적이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40홈런-40도루는 1988년 나왔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이었던 호세 칸세코가 42홈런·40도루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가 탄생하기까지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1996년 배리 본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42홈런·40도루의 역사를 썼다.
이후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42홈런·46도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에는 알폰소 소리아노가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고 46홈런-41도루로 40홈런-40도루 고지를 정복했다.
40홈런-40도루는 이후 2022년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41홈런-73도루를 기록해 무려 17년 만에 40홈런·40도루 시대를 열었다.
아쿠냐 주니어 이후 쉽게 탄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40홈런-40도루의 고지는 오타니가 정복했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 시즌 자신의 커리어 하이였던 26도루를 쉽게 뛰어넘더니 40도루까지 무난하게 달성했다. 2021 시즌 46홈런, 지난해 44홈런에 이어 커리어 세 번째 40홈런도 동시에 이룩하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올해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이와 함께 2024 시즌 개인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40홈런-40도루를 달성, 역대 최소 경기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였다.
오타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50홈런-50도루라는 대기록까지 추가하면서 왜 자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스타인지 증명했다.
오타니는 2023 시즌 종료 후 커리어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뒤 LA 에인절스를 떠나 LA 다저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수많은 빅마켓(Big Market) 구단들의 러브콜을 보냈던 가운데 오타니의 마음을 얻은 건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무려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62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 오타니는 전 소속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계약기간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 원)는 물론 미국 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 몸값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40억 원)를 크게 앞지르고 새 역사를 썼다.
오타니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까지 제쳤다. 메시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 원)의 계약을 넘어서고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선수로 등극했다.
오타니는 성적으로 자신의 몸값을 증명 중이다. 이날까지 2024 시즌 타율 0.294(599타수 176안타) 51홈런 120타점 51도루 OPS 1.005의 괴물 같은 스탯을 찍고 있다.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1위,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MVP는 사실상 확정됐다.
사진=AP/AF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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