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반가웠던 최승용의 '시즌 첫 승'

양형석 2024. 9.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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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9일 KIA전 6이닝4피안타3실점 QS 투구, 두산 4연승 행진

[양형석 기자]

두산이 안방에서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KIA를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9-4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날 3위 LG 트윈스와 5위 kt 위즈가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3,5위와의 승차를 좁히거나 벌리진 못했지만 최근 4연승으로 시즌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69승2무66패).

두산은 2회 2사1루에서 역전 적시2루타를 때린 이유찬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양의지가 시즌 17호 홈런을 비롯해 2타점1득점, 김재호도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지난 4번의 선발등판에서 승리는커녕 5이닝을 넘긴 경기조차 없었던 두산의 좌완 선발 최승용은 6이닝4피안타1볼넷5탈삼진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좌완 왕국'으로 불린 두산의 짧았던 봄날

비록 지금은 부상으로 여러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해 있지만 올해 최고의 '좌완 왕국'은 양현종과 이의리, 윤영철, 에릭 라우어, 최지민, 곽도규, 이준영, 김대유, 김기훈 등을 보유한 KIA다. 반면에 두산은 올 시즌 6승20홀드를 기록 중인 셋업맨 이병헌을 제외하면 좌완 투수가 크게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두산 역시 올해의 KIA는 물론이고 그 어느 팀 못지 않게 풍부한 좌완 라인업을 거느리던 시절이 있었다.

두산의 좌완 투수들이 한창 기세를 올렸던 시기는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부임했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두산은 2014년 11월 4년 총액84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던 엘리트 좌완 장원준을 영입했다. 장원준은 2012년 겨울 홍성흔을 재영입한 것이 유일한 FA영입이었던 두산이 외부에서 영입한 실질적인 첫 번째 FA였다.

장원준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두산은 기존의 유희관(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장원준이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30승을 합작했고 또 한 명의 베테랑 좌완 이현승은 18세이브로 뒷문을 지켰다. 여기에 7승16홀드로 잠재력을 폭발한 함덕주(LG)를 필두로 6승의 이현호와 5승의 진야곱 등 유망주군의 성장도 눈부셨다. 좌완 투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9년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두산의 '좌완 전성시대'는 빠르게 저물었다. 2017년 14승 이후 5년 동안 단 3승에 그칠 정도로 장기 슬럼프에 빠진 장원준은 작년 3승을 기록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함께 역대 베어스 좌완 최다승(101승)에 빛나는 유희관 역시 2021년4승7패 평균자책점7.71에 그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마무리 자리를 내준 후에도 불펜투수로 꾸준히 활약했던 이현승은 2022 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고 2019 시즌을 앞두고 두산으로 이적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 권혁도 2년 동안 72경기 등판 후 유니폼을 벗었다. 이 밖에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양석환과 트레이드돼 LG로 이적했다. 그렇게 좌완 투수들의 씨가 말라가던 두산에서 좌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투수가 바로 최승용이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살아난 '선발' 최승용

최승용은 어린 시절부터 프로 선수를 목표로 야구를 시작하는 대다수의 선수들과 달리 취미반으로 야구를 시작했다가 모가중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로 나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승용은 고교 시절 전국 무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부드러운 투구 폼과 싱싱한 어깨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두산은 그런 최승용을 2차2라운드 전체20순위로 빠르게 지명했다.

루키 시즌 15경기에서 2홀드를 기록한 최승용은 프로 2년 차가 된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자리 잡았다. 최승용은 2022년 두산이 9위로 추락하면서 3승7패5홀드에 그쳤지만 93.1이닝을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작년에는 111이닝을 던지며 3.97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뜻밖의 이닝 소화능력까지 증명한 최승용은 선발 투수로의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연봉도 1억 원을 돌파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최승용을 두 외국인 투수와 토종에이스 곽빈에 이어 4선발로 낙점했다. 하지만 최승용은 팔꿈치 피로 골절 부상으로 스프링 캠프조차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전반기를 모두 날리고 말았다. 7월 말 1군 마운드에 복귀한 최승용은 불펜에서 활약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최준호와 시라카와 케이쇼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발로 활약하게 됐다.

최승용은 선발 변신 후 첫 4번의 등판에서 10.1이닝10실점(평균자책점8.71)으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최승용은 약 2주간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가 19일 KIA전에서 보름 만에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최승용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KIA를 상대로 6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1사사구5탈삼진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허리에 이어 어깨 부상을 당한 브랜든 와델은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등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토종에이스 곽빈을 중심으로 사이드암 최원준과 좌완 최승용 등이 선발투수로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토종 선발투수의 활약이 절실한 시점이기에 이승엽 감독이 4선발로 낙점했던 최승용의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가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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