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띄운 이스라엘, 헤즈볼라 공습...전면전 우려 커졌다

조슬기나 2024. 9. 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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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헤즈볼라 역시 최근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 보복을 선언하면서 전면전 우려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소유의 로켓 발사대 최소 100개, 테러 인프라, 무기저장고 등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습은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군 지휘부 회의에서 "우리의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헤즈볼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이뤄졌다.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한 헤스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이 공개되기 직전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선언했을 때조차, 이스라엘 제트전투기가 지나갔다. 명백한 위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부 레바논의 하늘이 전투기로 가득 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레바논 고위 안보관리는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 전역에 7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확인했다. 주요 외신은 이번 공습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의 폭격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11개월 넘게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이스라엘은 최근 들어 헤즈볼라가 있는 북부 전선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부터 하마스 지원 명목으로 거의 매일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왔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특히 지난 17일과 18일 레바논 베이루트, 이스라엘 접경지 등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삐삐, 무전기들이 동시 폭발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양측 갈등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이로 인해 레바논에서는 수십 명이 사망하고 3000명가량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않았으나, 책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배후임을 인정하고 있다.

삐삐·무전기 폭발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고강도 보복을 예고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에서 "이 학살 공격은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 적은 어떤 규정도 고려하지 않고 단 2분 만에 최소 5000명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이런 공격으로는 헤즈볼라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면서 "레바논 남부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이는 헤즈볼라에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최소 17건의 로켓 및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에서 2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약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갈등이 이란 주도의 반이스라엘 중동 무장세력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미 목소리를 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곧 저항 전선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잔인하고 범죄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이끄는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민병대 등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세력들이 연대할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면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가로지르는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총격전, 더 공격적인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앞서 삐삐·무전기 폭발이 헤즈볼라의 작전 보안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헤즈볼라로서는 이번 폭발사고로 많은 요원, 지휘관의 신원이 대중에 노출됐다는 점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편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우려한 미국 등 서방은 "그 누구도 갈등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계속 지지한다"면서도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통제 불능의 전쟁 상태로 빠져드는 일을 피할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원하고 있으며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를 달성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며 그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이집트 및 카타르, 이스라엘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레바논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 자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 등에는 "공유할 내용이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대표단과 회담을 한 후 외신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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