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제조기’ 日나고야 시장, 가수 데뷔… 문제는 가사?
올림픽메달 깨물고 난징학살·위안부 부인
현지사 “그렇게 싫으면 시장 관두시든가”
가와무라 타카시 일본 나고야 시장이 자신의 경험을 담은 ‘무엇을 해도 혼난다’라는 제목의 자작곡으로 가수로 데뷔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9일 전했다.
그는 2021년 8월 도쿄올림픽 소프트볼 금메달리스트를 만난 자리에서 허락도 없이 금메달을 깨물었다가 욕을 먹은 인물이다.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면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했던 극우 정치인이기도 하다.
나고야가 속한 아이치현의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는 “혼나는 게 그렇게 싫다면 차라리 시장을 그만두라”며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각각 4선인 오무라 지사와 가와무라 시장은 오래전부터 수시로 부딪쳐온 사이다.
다음 달 5일 정식 발매 예정인 ‘무엇을 해도 혼난다’는 가와무라 시장이 직접 가사를 쓴 노래다. 시장 급여 삭감 등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자학적 내용을 담았다.
가와무라 시장은 “(시장이) 세금을 줄이거나 자신의 급여를 줄이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며 “(나는) 자신의 인생과 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노래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일본에서 급여가 가장 적은 시장이라서 불만이 있느냐”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스포츠·연예 전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전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사쿠라 그라듀에이션의 멤버 리리가 창작한 안무에 맞춰 신나는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관객은 그의 이름인 ‘타카시’를 부르며 응원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가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레코드 대상 최고령 신인상”이라고 답했다.
노래에 대해서는 “시 홍보용이면서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시민들을 위한 격려송”이라고 설명했다.
오무라 지사는 가와무라 시장의 가사를 두고 “시장으로서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해도 꾸지람을 받거나 비판을 받는다면, 그렇게 싫다면 (시장을) 사퇴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장의 불평을 듣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시민들이 불평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가와무라 시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비판을 받았다고 시장직을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지사의 발언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자기 비하를 하려면 사퇴하라는 것은 지사가 엘리트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서민적 감각으로 ‘힘들었다’고 노래했을 뿐인데도 그만두라고 한다면 엘리트들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도 반문했다.
54년생 오무라 지사는 1982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후 농림수산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6년 중의원 첫 당선을 시작으로 5선을 지냈고 내각부 부대신(차관), 후생노동부 대신(장관)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는 아이치현 지사로 4연임 중이다.
가와무라 시장은 자민당, 일본신당, 민주당 등을 넘나들다 2010년 아이치현 지역 정당 ‘감세일본’을 창당해 10년 넘게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극우 성향 일본보수당에 입당하며 공동대표가 됐다.
그는 2012년 2월 중국 난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양국관계를 단절시킨 적이 있다. 2017년 1월에는 기자회견에서 ‘난징 대학살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2019년 8월 아이치현에서 일본 최대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열렸을 때는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압박했다. 예술제 실행위원회 회장 대행이었던 가와무라 시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오무라 지사에게는 “(소녀상 전시는)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며 항의문을 보냈다.
오무라 지사는 “공권력은 시민의 사상에 관여할 수 없다”며 소녀상 전시 중단 요구는 위헌이라고 반박했지만 소녀상은 철거됐다. 주최 측이 설명한 이유는 우익의 테러 협박 가능성이었다. 이듬해 8월 가와무라 시장은 소녀상 철거 거부를 “권력의 폭주”라며 오무라 지사 퇴진을 위한 주민소환 운동을 주도했지만 실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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