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적금 하반기에만 23조 만기…유동성 관리 '촉각'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심화로 리스크↑
국내 톱10 저축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예·적금 가운데 올해 하반기 만기를 맞는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만 23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거둬들일 수 있는 대출 잔액은 10조원대 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자산과 부채 간 만기 격차가 더 심화하면서 앞으로 유동성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 등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만기 6개월 이하 예수금은 23조39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예수금 중 44.5%를 차지하는 규모다.
저축은행별 6개월 내 만기 도래 예수금 잔액은 ▲SBI저축은행 5조5595억원(예수금 내 비중 48.4%) ▲OK저축은행 4조7529억원(42.3%) ▲한국투자저축은행 3조1475억원(43.5%) ▲웰컴저축은행 2조2276억원(48.3%) ▲애큐온저축은행 2조2258억원(48.7%) ▲다올저축은행 1조5206억원(39.8%) ▲신한저축은행 1조2426억원(53.7%) ▲페퍼저축은행 1조1276억원(39.6%) ▲상상인저축은행 1조421억원(46.1%) ▲OSB저축은행 5529억원(25.7%) 등이었다.
특히 대출금과 예수금 잔액 간 차이가 전년 동기 대비 벌어지며, 단기조달-장기운용 구조가 더욱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 저축은행들의 6개월 내 만기 도래 대출 잔액은 10조8349억원으로, 같은 시점 예수금과의 차이는 12조5642억을 기록했다. 1년 전 11조784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 가까이 확대된 격차다.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잔액보다 예금 잔액이 더 많다는 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돈보다 소비자에게 내줘야 하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예·적금이 사실상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다 보니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 불일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직격탄을 맞으며, 건전성 강화를 위해 여·수신 잔액을 지속 줄이다 보니 이같은 구조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금융사 입장에서 특정 시점에 대출보다 예금 만기가 더 많이 몰리는 불일치가 커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실제 79개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316.3%에서 올해 6월 말 231.8%로 하락했다. 유동성 비율 법정기준 100%를 훌쩍 넘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일부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같은 기간 상당 수준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말까지만 해도 10대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SBI저축은행(164.5%)와 신한저축은행(187.4%)을 제외하고 모두 200%를 넘겼다. 하지만 올해 6월 말에는 SBI저축은행(153.3%)과 신한저축은행(148.4%) 외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197.9%), 페퍼저축은행(149.2%)이 유동성 200%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부채나 예금에 대해 은행이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갑작스런 현금 유출이 발생할 때 금융사의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 수록 유동성이 좋은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을 통해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 업종의 하반기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평가하면서 "하반기 퇴직연금을 비롯한 예금 만기가 집중돼 있어 저축은행의 하반기 유동성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정기예·적금과 보통예금 비중을 조정하고, 수신금리를 높이며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가장 많은 만기 예수금이 도래하는 SBI저축은행은 최근 정기 예금 및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연 3.9%까지 높였으며, 만기 9개월 정기예금을 신설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고 연 12%, 웰컴저축은행은 롯데카드와 함께 최고 연 10%의 적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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