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 극복 아이가 미래다] 저출생과 전쟁 선포 … 만남부터 출산·돌봄·주거까지 전폭 지원

2024. 9. 2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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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전국 최초 국단위 대책본부 출범
저출생 전 주기에 맞춘 정책 추진
보육시설과 월세·전세 주거 지원
미혼남녀의 만남 돕는 이벤트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운데)가 저출생 전 주기를 다룬 대책 100대 실행 과제 중 돌봄 과제 모델인 예천군 복합커뮤니티센터를 방문해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저출생의 위협은 경상북도와 같은 지방에선 이미 현실화한 지 오래다. 전국으로 보면 출생아 수는 매년 줄어들어 20만 명에 불과하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은 한 해 10만 명가량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올해 초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도지사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으로 수도권 집중화 완화, 교육 개혁과 같은 국가 구조 개혁을 강조한다. 그는 저출생 문제를 “사회의 일부가 고장나서 생긴 게 아닌 나라 전체의 비틀린 구조와 의식이 결합해 오랜 기간 진행돼 온 고질병”이라고 진단했다.

경북도청에 따르면 경북도의 저출생 대응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지난 1월 태스크포스(TF) 구성과 2월 전쟁 선포, 3~4월 중앙 부처 건의와 1100억원 저출생 원포인트 추경예산 확보에 이어, 5월 저출생 전 주기를 다룬 100대 실행 과제를 발표하면서 속도전을 펼쳤다. 정부의 6월 인구 국가 비상사태 선언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응해 7월 1일에는 전국 최초의 국단위 저출생과 전쟁본부를 출범했다.
경북도가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 도청에서 개최한 ‘저출생과의 전쟁’ 끝장토론.


저출생 문제 해결 과제 88%가 순항 중


경북도가 지난 5월 내놓은 저출생 대책의 차별화 전략은 두 가지다. 현장 목소리를 기반으로 해 체감도가 높고, 만남-출산-돌봄-주거 등 저출생 전 주기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경북도는 저출생 상황이 심각한 만큼 빠른 현장 가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북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출생 문제 해결 과제의 88%가 순항 중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의 과제 중 대표 사례로는 미혼남녀 간의 만남이 있다. 현재 경북도의 20대 성비는 1.34로 전국에서 가장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이 100명 있다면 남성은 134명 있다는 뜻이다. 이에 경북도는 직접 결혼정보업체로 나서 이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도록 동아리 활동(청춘동아리)과 매칭 이벤트(솔로마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3회까지 진행한 가운데 가장 높은 신청 경쟁률은 남자 14.1대1과 여자 3.4대1로 집계됐고, 매칭률 또한 최대 52%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도를 보였다. 경북도는 현장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운 것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늘려나가는 한편, 매칭된 커플들에게는 연말 해외로 가는 크루즈 관광에도 참가 자격을 주며 혜택을 줄 방침이다.

경북도가 가장 주력으로 삼는 돌봄 분야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K보듬’을 시행한다. K보듬은 공동체 회복 모델이 핵심으로, 아파트 1층이나 가까운 보육시설을 활용해 아이들 연령별 반을 구별해 만든다. 여기서 전문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오전 7시30분부터 익일 0시까지 돌보는데, 경찰·소방이 안전을 책임지고, 전용 순환버스와 친환경 먹거리 제공하면서 건강한 성장을 돕는 돌봄 모델이다.

경북도는 올해 42개 소 이상을 만들고, 농촌형·산업단지형 등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경북도는 청년들이 각자 희망하는 주거지에 살 수 있도록 약 3000세대에 월세와 전세 등도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전략 고도화를 위해 기존의 공무원 중심 회의를 민간 전문가 협업 방식의 ‘저출생과 전쟁 혁신 대책 회의’로 격상하면서 새로운 대응 마련에 나섰다. 앞으로 전문가 발제뿐 아니라 대통령 국정브리핑 후속 대책 등 다양한 전략 구상들이 이 회의에서 논의된다.


저출생 극복,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퍼져야


기존의 100대 과제는 정책 분석과 예산 구조화를 통해 보완하는 동시에 수도권 집중화, 교육 제도 개혁, 여성 친화 등 경제·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관련해 정부와도 적극 협업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 도지사가 “저출생 극복이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퍼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한 만큼 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인식 전환 운동 등도 적극적으로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정부가 9월 범부처합동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 발족 등 부처 신설에 속도를 냄에 따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저출생 극복의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100대 과제는 속도를 내면서 중장기 전략도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국회 등과 협력해 과감한 저출생 전략과 제도적 개선 등을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이 참 어려운 상대지만, 이렇게 모두가 함께 나선다면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혁 중앙일보M&P 기자 lee.junhyu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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