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 극복 아이가 미래다] [기고] 저출생 위기극복, 종교시설 활용하면 나라가 산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전부터 걸어온 걸음이
마중물 되어 작은 역할 했다면
그것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6월 정부가 국가 인구비상사태를 선포했다. 0.7명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경제, 국방, 교육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에 경고하며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 심각성과 인구 위기 극복의 필요성을 절감해 저출생 담당 수석을 임명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한 사회의 영혼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그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말이다. 아이들은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이자 동시에 가장 취약한 구성원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키우는가는 그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수준을 반영한다.
넬슨 만델라의 말에 영감을 받은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출산장려와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육운동에 최선을 다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다음세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저출생 대책 방안을 연구했다.
1993년 ‘사단법인 화곡유아교육연구원’을 설립했고 CTS기독교TV 사장으로 취임한 뒤 ‘CTS영유아문화원’을 세웠다. 2005년에는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와 40여 명의 전문 교수진을 지원해 영유아 돌봄을 위한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2010년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키며 정부와 종교와 사회에 저출생 극복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지난 20여 년간 이어진 간절한 외침이 한 알의 밀알이 돼 싹을 틔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22년 8월 24일에 설립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이하 출대본)’에 종교계는 물론 정치, 경제, 교육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지도자들이 동참했다.
이제는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들도 나서 저출생 극복 국민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성경에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는 말씀이 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지난 활동들이 대한민국 인구 위기 극복에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약 300조원을 저출생 위기 극복에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해 올해는 0.7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산율이 소폭 반등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지만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요인들을 다뤄야 한다. 주거, 양육, 고용, 경력단절 등 여러 현안을 풀어내려면 단순 재정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국민적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실제적 이유를 파악하고 ‘행복한 출생과 양육’이 이뤄지도록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0~3세 보육’ 문제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이 2017년 4만238개로부터 2023년 말 기준 2만8954개로 6년 새 1만1284곳, 약 30%가 문을 닫았다. 저출생으로 인해 영유아 보육시설이 급감하며 돌봄사각지대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민간돌봄시설도 ‘0~3세 영아 돌봄’은 인력과 비용 등 상당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들은 0~3세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 저출생으로 어린이집이 급감하고 0~3세 보육의 돌봄 공백이 커져 출산 기피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출대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약 10만 개의 종교시설을 아동돌봄시설로 활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시설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건축을 할 필요 없이 일정 부분의 리모델링만 진행하면 국가 차원에서 신속한 아동 돌봄공간을 전국에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된 건강한 종교시설은 인근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보육이 가능하다. 종일제와 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 등 여러 기관과 유연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종교시설을 보육문제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 소멸은 물론 초저출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독일의 개신교 교회는 ‘가족의 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저출생 극복을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브라이트 호리존스는 유아교육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인데, 교회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0~3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조기교육 및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교회와 YMCA 등 시민단체와 협력해 유아교육 및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례를 다수 볼 수 있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종교시설에서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률 및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출대본은 국회의 논의를 거쳐 법 개정 추진과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종교시설 내 아동돌봄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2023년 9월 18일, 전국 31만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약 40만 명이 서명에 동참한 상태다. 출대본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지속하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실제적 대안을 제시하고 저출생 대책 17가지 정책제안서를 발간해 정부기관과 여러 민간단체에 제공했다.
얼마 전 출대본 출범 2주년을 기념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CTS 특별대담에 출연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오랜 기간 저출생 극복을 위해 앞장서온 CTS의 사역과 출대본의 활동을 통해 정부와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며 “개헌을 통해서라도 지속성 있는 저출생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교회는 물론 국회와 정부, 여러 기업이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매우 기쁘다. 20년 전부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걸어온 지난 걸음이 마중물이 돼 작은 역할을 했다면 그것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대한민국이 저출생 위기를 돌파하고 ‘행복한 출생, 든든한 미래’로 나아가기를 두 손 모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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