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자 유학 불허가 적법?…"'병역 면탈' 꼼수, 안보에 위협" [디케의 눈물 289]
법조계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두 차례 처벌…학문의 자유, 국가 안보 위해 제한 가능"
"병역거부 위한 국외여행, 허가해주면 다른 병역의무자들 편법 및 꼼수 생겨날 우려"
"형사처벌 전력 없고 출국 납득할 타당한 이유 있었다면…법원 판단 달라졌을 가능성"
병역 기피 혐의로 두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30대 남성에 대한 병무청의 해외유학 불허는 정당한 처분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피고인의 병역의무 불이행 전과를 고려하면 국가안전보장 및 질서유지를 위해 '학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병역의무를 거스르기 위한 목적의 출국이 허가된다면 다른 병역의무자들도 면탈 꼼수를 통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서울지방병무청장의 해외여행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A(31)씨의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병역기피자인 A씨는 2013년 현역 입영 대상자로 분류된 후 계속 입대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2018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0년 4월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아 2021년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비슷한 시기 또다른 범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됐다. 병역법은 1년 이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이같이 처분한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대기하던 A씨는 만 30세가 된 지난해 돌연 어학연수를 가겠다며 서울지방병무청에 국외여행 허가 신청을 했다. 병무청이 거부하자 A씨는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학문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침해가 크다"며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역의무 이행 과정에서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병무청의 처분 동기나 목적, 경위 등을 고려했을 때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원고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헌법은 제37조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서 피고인이 병역의무 불이행과 관련해 전과가 2차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원이 피고인의 학문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및 질서유지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권 등과 같이 그 제한으로 회복될 수 없는 침해가 발생하는 기본권이 아니라면 그 외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며 "병역의무 기피로 전과가 있는 자가 돌연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며 국외여행 허가인청을 한 것은 병역의무를 거스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허가해줄 경우 다른 병역의무자들도 편법, 꼼수 등을 통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남으로써 국가의 질서 및 안보가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군검사출신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국외체류하며 연구를 해 왔는지, 연구를 당장 시작하지 않더라도 사익에 큰 침해가 없는지, 학문연구에 대한 진지한 고려의 정도나 나중에라도 병역복무를 마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원고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이전에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었거나 해외에서 학위 취득 등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법원에서도 충분히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달리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사실상 A씨는 사회복무요원 의무를 마치기 전 까지는 해외출국 신청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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