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산티아고 길 열린다…태안~울진 849㎞ '동서트레일'

신진호 2024. 9. 2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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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안면도자연휴양림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 천연림으로 둘러싸인 숲이다. 이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100년이 넘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또 꽃지해수욕장 등 해변이 인접해 있어 소나무숲길과 바닷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이 만드는 ‘동서트레일(도보여행길)’ 출발점이기도 하다.

2026년까지 849㎞구간 조성

충남 태안군 안면도 자연휴양림. 산림청은 이 일대에 동서트레일을 만든다. 연합뉴스

산림청은 19일 "2026년까지 충남 태안군에서 경북 울진군까지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길이 849㎞(55개 구간)의 동서트레일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여러 산책길을 잇고, 일부는 새로 만든다. 대부분 숲길이며 일부 구간은 하천변길 등을 연결한다. 사업비는 총 604억원이다. 트레일은 산줄기 등을 따라 길게 조성해 시작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을 말한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도보 여행길을 만들어 국민에게 휴식·레저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국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이 찾는 명품 숲길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

산림청은 오는 27일 태안군 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해수욕장 구간에서 걷기행사를 연다.

동서트레일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도 비교된다. 총 길이가 800㎞대로 비슷해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령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른다. 총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이 평생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은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산림청은 이곳을 동서트레일로 조성한다. 중앙포토

동서드레일은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통과한다. 경북 구간이 275㎞로 가장 길고 충남 261㎞, 충북 231㎞, 대전 53㎞, 세종 29㎞ 등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동서트레일은 울진 금강송길과 태안 안면도 안면송길,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 소나무길 등을 연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일 구간에는 거점마을 90곳과 야영장 44곳이 조성된다. 지난해 첫 삽을 뜬 뒤 61㎞구간을 조성했다. 완성된 곳은 경북 울진 55구간(20㎞)과 경북 봉화 47구간(15㎞)이다. 산림청은 올해 240㎞를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총구간의 35%에 해당하는 300㎞에 트레일이 생긴다.

27일 안면도서 걷기행사
이 가운데 태안 1~4구간(57㎞)은 조만간 개통한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서 충남 서산시까지 구간이다. 산림청은 오는 27일 이 구간 개통을 기념해 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해수욕장(4㎞)에서 ‘숲길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꽃지해수욕장. 산림청이 조성중인 동서트레일이 이곳에도 조성된다. 중앙포토

동서트레일 조성에는 민간 기업이나 지자체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환경·사회·투명경영(ESG)기금 8억원을 모아 기부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이 돈을 동서트레일 충청권 구간 조성에 쓰기로 했다. 이 곳에는 백제 유적을 간직한 내포문화숲길을 비롯해 금강·대청호반 수변 경관을 자랑하는 대전·세종 구간, 말티재 등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한 속리산 구간 등이 포함돼 있다.

동서트레일 구간

대전과 세종·충남·충북·경북 등 광역자치단체도 동서트레일 조성에 예산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소멸 위기에 직면한 산촌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서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동서트레일이 완공되기 전이라도 공사를 마무리한 구간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며 “2026년 전 구간이 개통하면 야영을 즐기는 트래킹 문화가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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