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냐 조국이냐 아니겄소" 군수 재선거에 호남 들썩인다
“이번에는 이재명이냐 조국이냐를 보고 뽑는 선거 아니것소.”
전남 영광에서 굴비집을 운영하는 조영순(71) 씨는 10·16 영광군수 재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타이틀을 건다고 무조건 찍어준다는 건 옛날얘기”라며 “군민들은 군수 후보는 잘 모른다. 나라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전남 곡성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임태섭(59) 씨도 같은 날 열리는 곡성군수 재선거에 대해 “여기가 민주당 우세지역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 지지가 높은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못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호남은 정치 1번가여. 단순하게 생각은 안 해부러”라며 손사래 쳤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중앙일보는 18~19일 이틀간 영광·곡성에서 유권자를 만나 재선거에 대한 의미와 투표 의향에 대해 들었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바닥 민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경향이 엿보였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투표 의향에 강하게 투영했다. 영광군청 근처에서 만난 오진우(64) 씨는 “윤석열 정부가 이 대표를 압박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을 밀어야 한다”고 했다. 영광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창조(74) 씨도 “조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관련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으면 이 대표보다 더 빨리 정치권에서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그런 당에 표를 주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반면에 곡성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안모(49) 씨는 “이미 이 대표에게 호남이 힘을 모아주고 있는데 곡성군수 뽑는 거에 그런 걸 신경 써야 쓰나”라고 반문했다. 영광에서 만난 70대 남성도 “조 대표가 늘 바른말을 하고 나라를 위해 뭔가 해낼 수 있는 분 같다”며 “이 대표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조 대표에게 힘을 싣고 싶다”고 했다.
개별 후보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광군수 재선거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와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가 초접전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9월 10~11일)에서는 두 후보 격차는 0.5%포인트(장세일 29.8%-장현 30.3%)에 불과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애(62) 씨는 “민주당이 너무 못한다. 뭘 해줬냐, 너무 오래 해서 썩었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한다”며 “인물도 전과가 있는 민주당 후보보다 조국혁신당 후보가 낫다”고 했다. 반면에 영광터미널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인물을 좀 떠나서 군수는 무조건 센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며 “일을 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를 밀겠다”고 했다.
곡성군수 재선거는 현재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9월 10~11일) 결과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9.6%로 1위를 달리느 가운데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18.5%)와 정환대 무소속 후보(11.0%)가 뒤를 쫓고 있다. 곡성군민 김종희(64) 씨는 “민주당 후보는 무소속이었다가 갑자기 입당시킨 후보”라며 “선거는 며칠 앞두고도 달라지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에 선종채(71) 씨는 “민주당 후보는 지역 선거에 여러 번 도전해 인지도가 높은 게 장점”이라며 “지역도 잘 챙길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열린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은 광주·전남·전북에서 45.6%를 득표해 민주당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38.1%)을 앞섰다.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에서 전남 투표율은 23.2%로 전국 투표율(30.9%)보다 낮았다. 광주대에 재학 중인 김모(23) 씨는 “민주당에 표를 줬더니 하는 일이 좀 밍숭맹숭하더라”며 실망한 투로 말했고, 영광에서 굴비집을 운영하는 김부덕(78) 씨는 “장사가 안돼서 먹고 살기 팍팍해 누굴 찍으면 될랑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양당 대표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조 대표는 영광·곡성 두 곳에 월세방을 두면서 출근 인사 등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19일 영광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은 어떤 당 못지않게 민심을 정치·행정에 반영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질세라 23일 영광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뒤 현장 최고위는 영광이 처음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호남 1당이 누구냐를 겨루는 선거여서 양당 대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향후 지방선거, 나아가 대선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모두 남도일보·아시아경제·뉴스1 의뢰로 진행.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효성 기자, 영광·곡성=김정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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