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찾은 尹 '원전동맹' 총력…美기업과 분쟁엔 "걱정 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2박 4일 일정으로 체코 프라하를 공식 방문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동맹 구축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 뒤 열린 파벨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내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외교안보·국방·방산과 같은 제반 분야 협력을 전면 강화하기로 했다”며 “특히,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계기로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 안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이 함께 건설할 두코바니 신규 원전이 한·체코 경제의 동반 발전과 에너지 협력의 이정표로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최종 계약 체결까지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한 “원전 협력과 더불어 양국은 바이오·디지털·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며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과 응용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 동반성장의 기반을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내년 3월 체코 정부와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수원과 입찰 경쟁을 벌였던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해 원자로 설계 기술에 활용했다며 자사의 허락 없이 원전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방문 전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정부가 기업 간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양국 기업 간 분쟁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며 “체코 원자력 발전소가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하에 양국 원자력 협력 필요성에 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체코 간 원전 동맹이 구축될 것”이라며 “나아가 한·미 역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원전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무모하고 비상식적인 도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군사협력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지지를 선언하고 재건 관련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우크라이나의 분야별 재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양국 기업간 정보 공유와 공동 개발, 공동 투자 유치 협력 등의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목적이 원전 최종 계약에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양국간 산업 전반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했다. 대통령실은 미래차, 배터리, 수소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에 이어 20일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체코 의회 상·하원 의장을 접견한다.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 정치 체제인 체코에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총리는 경제와 사회정책 수립을 담당한다. 윤 대통령은 프라하에서 약 90㎞ 떨어진 산업 도시 플젠시를 방문해 원전 관련 기업을 시찰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프라하=허진 기자, 박태인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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