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라고 안 봐줘" 업무 변경 거절한 마트…결국 아이 조산

현예슬 2024. 9. 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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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대형마트에서 일하던 한 임신부가 유산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업무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결국 조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한 지점에서 생활용품 관리를 맡은 A씨는 지난해 10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파트장은 "임신부라고 봐주지 않는다"며 고중량의 상품을 옮기고 진열하는 물류 작업을 지시했고, A씨는 약 한 달 만에 유산 가능성을 진단받았다.

그는 4주간 병가를 다녀온 뒤 상사인 매니저에게 몸을 덜 쓰는 업무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임신했다고 해서 일 안 할 건 아니지 않느냐"며 A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에도 고중량 상품을 나르는 업무는 계속됐다. 특히 설 명절 대목에는 영하 10도 이하의 검품장에서 하루 4시간씩 택배 포장을 했고, 매장을 새로 단장할 때는 7일 연속 출근 일정을 받게 돼 매니저에게 항의하고 나서야 이틀을 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임신 7개월 만인 지난 4월 퇴근 후 양수가 터지면서 1.1kg의 미숙아를 출산하게 됐다. 이 아기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기도 삽관을 한 상태로 심장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요청한 업무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스트레스로 인한 조산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승인했다.

A씨는 본사에 매니저와 파트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고, 이들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해당 대형마트 측은 SBS에 "이번 사안은 회사 정책에 반하는 일로 엄중하게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A씨 복직 이후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74조 5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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