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없애자” 정부 캠페인 vs “쌀 수입 줄여라” 쌀쌀한 농심

양민철 2024. 9. 2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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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감소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문제로 정부와 농민 간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쌀이 남아돌아 햅쌀까지 사료용으로 소진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은 대대적인 '쌀 소비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농민들은 "쌀 수입부터 줄여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쌀이 많이 생산되는 책임을 농민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공급과잉의 진짜 원인은 수입 쌀 탓"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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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쌀 소비 확대 정책’ 냉랭
“공급과잉 진짜 원인은 수입 쌀”
정부 “수입물량 축소 현실적 불가”
쌀 소비량 계속 감소… 해법 난망
게티이미지뱅크


쌀 소비 감소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문제로 정부와 농민 간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쌀이 남아돌아 햅쌀까지 사료용으로 소진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은 대대적인 ‘쌀 소비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농민들은 “쌀 수입부터 줄여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쌀 소비 확대’ 관련 예산으로 120억4300만원을 편성했다. 올해 집행액(79억3500만원)보다 51.8% 증가한 규모다. 이 예산은 대학교 학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등에 쓰인다.

농협중앙회도 최근 예산 1000억원을 투입해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에 나섰다. 이달 들어 CJ제일제당 등 8개 민간 식품업체를 비롯해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과 쌀 소비 확산 협약도 잇달아 체결했다. 식품업체는 국산 쌀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은행들은 쌀 사은품·기부를 늘리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평소 안 먹던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고 점심 식사 후엔 커피 대신 식혜를 찾아서 마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 표정은 다르다. 이들은 쌀 소비 촉진 이전에 의무수입(연 40만8700t) 물량부터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주시농민대책위원회 등 농민단체는 이날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일대에서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쌀이 많이 생산되는 책임을 농민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공급과잉의 진짜 원인은 수입 쌀 탓”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 진주시농민회도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 쌀이 밀려 들어와 공급과잉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쌀 의무수입 중단 건의안’을 채택했다. 도의원들은 “지난해 전북 지역 총생산량의 70.2%가 수입돼 쌀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쌀 의무수입은 수입 관세율 513%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에 쌀을 수출하는 주요 5개국(미국·중국·태국·베트남·호주)과 맺은 협정을 토대로 저율 관세 수입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513%라는 쌀 관세율을 유지하면서 의무수입 물량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쌀 소비 확대 정책에도 물음표가 붙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에 79억원을 썼지만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8년(61.0㎏) 대비 1인당 쌀 소비량이 7.5% 줄어드는 동안 쌀 생산량은 387만t에서 370만t으로 4.4% 감소에 그쳤다. 정부는 한류 열풍을 타고 쌀 수출과 국산 쌀을 활용한 여러 가공식품 확대에도 나섰지만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세계 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장립종(길이가 긴 쌀)과 달리 국내 쌀은 대부분 단립종(길이가 짧은 쌀)이다.

한편 이례적 폭염으로 벼 수확기를 앞두고 병충해가 확산하며 쌀 생산 물량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까진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풍년이 예상됐는데, 추석까지 이어진 고온 현상에 전남 등 주요 벼 재배지역에서 6700㏊ 규모의 벼멸구 피해가 발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확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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