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해리스와 트럼프의 TV토론은 뭘 보여줬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 직후 해리스 후보가 가볍게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해리스는 향후 주요 격전지에서 지지세를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선거 유세 규모와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 강한 리더십을 조롱하며 토론 내내 트럼프를 몰아세웠다. 외교 정책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한반도 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행간을 보면 한반도의 주요 이슈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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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보수 성향 보여준 해리스
강한 고립주의 드러낸 트럼프
둘 다 대중 강경노선 유지할 듯
」
가장 중요한 것은 패기였다. 부통령 시절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그늘에서 몇 번의 해외 순방을 제외하면 외교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역할이 크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런 해리스에게 유약한 이미지를 씌우려는 전략을 폈다. 여성인 해리스가 독재자를 상대로 하는 정상 외교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의심하도록 만들려 했다. 해리스는 토론 내내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우위를 잃지 않았던 해리스는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를 비웃는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밀었던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토론 내내 화가 난 채 자제력 없는 모습만 드러냈다.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도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맨의 역량을 부각하려 했지만, 해리스는 트럼프가 그들에게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공격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푸틴의 좋은 먹잇감’이라 공격했고 트럼프는 제대로 받아치지 못했다. 트럼프의 자존감을 공격한 해리스의 전략이 먹혔다. 해리스는 대통령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트럼프는 그냥 트럼프스러웠다.
중국에 대한 두 후보의 설전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유의미했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 부과를 약속하며 우위를 선점하려 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지표상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론은 미·중 무역 전쟁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해리스는 자유무역 옹호에 집중하기보다 반도체를 중국에 몰아줌으로써 무역전쟁을 자초한 트럼프의 실정을 공격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던 것도 비웃었다. 중국 관련 토론으로 향후 대중 정책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중국이 변화하지 않는 한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대중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지표가 보여주듯 반도체와 최첨단 기술 부문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푸틴·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보여줬던 트럼프지만, 시진핑과의 친밀함 과시는 정치적으로 매우 조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두 후보의 토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서 푸틴을 비판했고, 푸틴에 굴복할 준비가 돼 있는 트럼프를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폴란드계 유권자 80만 명이 어떻게 볼 것 같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참모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압력을 행사해 평화협정을 끌어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러시아의 승리를 원치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푸틴에 대한 깊은 애정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사실 토론 내내 트럼프가 보여준 입장은 선거 캠프의 입장과 많이 달랐다. 우크라이나 이슈가 그랬고,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높이 평가한 언급도 그랬다. 해리스가 외교 정책에 있어 중도보수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트럼프는 고립주의와 극우적인 독재자를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러닝메이트 J D 밴스에 빠진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트럼프 2기에서 빌 해거티 의원이 국무장관, 금융 전문가 존 폴슨이 재무장관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와 같은 독재자들을 자주 언급한 부분에서 극단주의와 고립주의 계파의 영향력이 트럼프 캠프에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기도 하다.
90분밖에 되지 않았던 토론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각각 어떻게 다른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지 미국 유권자도 세계도 생생히 지켜봤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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