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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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찾는 이들은 언제나 목마르다.
지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한마디로 지혜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닫는 만큼 다가오는 것이다.
진정한 해법은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무엇을 모르는지 겸손히 서로에게 묻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공동의 지혜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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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찾는 이들은 언제나 목마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전을 찾아가 지혜의 신 아폴로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바다를 항해하면서는 헤르메스에게 길을 물었다. 그들은 지혜를 삶을 비추는 등불로 삼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아니 테스형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진정한 지혜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함으로써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었다.
성경에서도 이와 같은 진리를 말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잠 9:10)
잠언에서 말하는 지혜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머리로 쌓은 데이터가 아니라 손끝에 남은 흙 냄새, 기름 냄새와 같다. 지혜는 삶을 직접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얻어진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모든 순간에 적용된다.
미국의 농학자 조지 워싱턴 카버도 이런 진리를 몸소 체험한 인물이다. 그는 과잉 생산된 땅콩으로 시장이 넘치게 되자 절망 속에서 하나님께 여쭈었다. “하나님, 세상을 왜 만드셨나요?” 하나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네가 정말 묻고 싶은 것을 솔직히 물어보렴.” 카버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하나님, 어째서 농부들에게 땅콩을 심게 하셨나요?” 그 질문에 하나님은 실험실로 가라고 하셨다. 솔직한 질문이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그러하다. 고난과 실패 속에서 우리는 “왜?”라고 묻는다. 해답은 언제나 겸손한 마음에서 우러난다. 그분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보다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혜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규범적 지혜는 원창조의 질서를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다. 반성적 지혜는 혼돈 속에서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그 이해를 넘어서 새창조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열쇠가 된다. 규범적 지혜가 우리를 안전한 표준으로 이끈다면, 반성적 지혜는 우리를 창의적인 미래로 데려간다.
한마디로 지혜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닫는 만큼 다가오는 것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돌아보면 마치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것처럼. 이는 지혜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현재 너머에서 찾아야 할 진리임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의료 대란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규범적 지혜로는 표준적인 해법만 찾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모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서로 내가 더 잘났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 서로를 해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작고한 김민기의 ‘작은 연못’에서 붕어 두 마리가 싸워 둘 다 죽고, 그로 인해 연못까지 썩어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된 것처럼. 공멸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협력과 공생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진정한 해법은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무엇을 모르는지 겸손히 서로에게 묻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공동의 지혜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작은 연못처럼 우리의 사회도 고갈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지혜의 여정은 결코 내편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정이니!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29)
송용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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