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그린 넘나드는 ‘반반골프’ 재미에 푹~

성호준 2024. 9.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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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골프의 쇼트게임 존에서 벙커샷을 앞두고 있는 홍진주(왼쪽 둘째). 성호준 기자

초록색 그린과 흰 깃발, 흰 벙커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가상의 시뮬레이터 공간에서 실제 골프 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낌이 그럴싸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골프존 시티골프 차이나 오픈을 앞두고 시티골프를 체험했다.

골프존이 새로 개발한 시티골프는 롱게임은 스크린 부스에서, 쇼트게임은 진짜 그린에서 하는 방식의 신개념 골프다. 18개 홀 모두 다른 부스, 다른 그린에서 플레이한다. 그린은 천연잔디는 아니고 실물 인조잔디를 사용한다. 그린을 밟을 때,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 들 때, 그린의 경사를 보려 허리를 숙일 때 가상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 골프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골프의 핵심은 그린이다. 골프는 티잉그라운드가 아니라 그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장 이용료를 ‘그린피’라고 한다. 골프는 멀리 치는 게임이 아니라 홀에 넣는 게임이다.

시티골프의 핵심도 그린이다. 일반 골프에서 대부분의 골퍼는 롱게임을 좋아하고, 쇼트게임은 얕보는 경향이 있다. 그린에 올라가면 대충 치고 컨시드를 받으려는 골퍼가 많다. 골프의 핵심인 쇼트게임의 중요성과 재미를 놓친다.

스크린 골프는 일반 골프보다 더 롱게임 위주로 구성됐다. 시뮬레이터 골프는 그 시작이 볼의 탄도 계산이었다. 그린의 미세한 경사와 스피드, 경도 등을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롱게임에 집중한 듯하다.

롱게임 존에서 샷을 하는 김하늘. 성호준 기자

스크린 전문 골퍼들은 본능보다는 수학적 계산으로 먼 거리의 퍼트도 쑥쑥 집어넣었다. 일반 골퍼는 스크린 골프를 할 때 그린에서 컨시드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티골프에선 반대다. 시티골프에서 그린은 상대적으로 롱게임 존보다 더 강조된다. 무엇보다도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스크린 부스에서 롱게임을 한 뒤 그린으로 이동하면 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스크린 골프장과 달리 시티골프를 할 때 퍼트를 대충대충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린이 꽤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서 승부가 난다. 시티골프 차이나 오픈에 출전한 김하늘은 “그린에서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특히 짧은 퍼트를 할 때 엄청나게 긴장된다”고 했다.

이번 대회 코스 전장은 7500야드, 그린 사이즈는 평균 218㎡(약 66평)로 작은 편이었다. 프로골퍼들도 1m 이내 퍼트 성공률이 70%에 미치지 못했다.

한 라운드에 10언더파를 쉽게 치는 스크린 전문 골퍼들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중국의 프로골퍼 옌판판이 4라운드 합계 8오버파 296타로 우승을 차지했고, 2위 홍진주는 11오버파, 3위 김하늘은 14오버파를 기록했다. 대회 총상금은 약 9억원, 1위는 2억7000만원, 2위는 9000만원 3위는 4500만원을 받았다.

시티골프의 인조잔디는 개선할 점이 있었다. “그린이 미끄럽다”고 하는 선수도 있었고 “그린이 울퉁불퉁해 짧은 퍼트 때 볼이 좌우로 흔들린다”고 하는 선수도 있었다.

시티골프에 대한 골퍼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홍진주는 “일반 골프가 100이고 스크린 골프가 0이라고 치면 시티골프는 60~70 정도 될 것”이라며 “그린에서의 게임이 놀랄 만큼 재미있다”고 했다. 김하늘은 “기후 변화로 야외에서 골프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시티골프는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재밌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톈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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