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도 힘 못받았다…코스피 ‘HBM 악재’
미국 피벗 효과 왜 못봤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지만, 추석 연휴 뒤 문을 연 국내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다. 연휴 기간 외국계 투자은행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 주가가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1% 오른 2580.80으로 마감했다. 개장과 함께 2598선까지 상승하며 260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외국인이 1조1721억원을 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것은 반도체주 하락 영향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11% 넘게 하락하며 15만 원 선이 무너졌다가 오후 들어 기관 매수세에 6.14% 하락한 15만28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역시 2.02% 하락한 6만3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미반도체도 3.92%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주는 추석 연휴 기간 발표된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비관론에 직격탄을 맞았다. 모건스탠리는 15일(현지시간)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무려 54% 낮췄다. 투자 의견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바꾼 사실상의 ‘매도(Sell)’ 보고서였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도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8%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가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과잉공급을 우려했다.
실제 최근 시장에선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등 해외 업계가 AI용 메모리인 HBM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등 반도체 업황에 대한 상반된 분석도 만만치 않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쿄일렉트론(TEL), 디스코, 토와(TOWA) 같은 일본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가 HBM 수요 급증 때문에 한국 내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더 짓고 채용 규모를 키우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이 HBM 시장 90%를 점유하기에, 한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HBM 공급망에 올라타기 위해 일본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세계 1위 반도체 몰딩 장비사인 토와는 천안 3공단 내 1만 6136㎡에 HBM 성형 설비 시설을 확장해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제조 능력을 현재의 2배로 늘리는 것이다. 닛케이는 반도체 웨이퍼 절단 장비 1위 기업인 일본 디스코도 올해부터 한국 채용을 늘린다고 보도했다. TEL은 경기도 용인에 2026년 가동 목표로 한국 내 4번째 R&D 센터를 짓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장비 기술자 중심으로 인원을 2배 늘렸다.
HBM 공급 과잉론의 모태는 ‘AI 거품론’이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인프라 구축에 거액을 쏟아붓지만, 대중적인 AI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지출이 계속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 공급과잉 설’이 과장됐다는 견해가 많다. 공산품 격인 D램과 달리, HBM은 고객사와의 사전 협의를 마친 뒤 제작하는 맞춤형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제품인 HBM3E 12단이 계획대로 4분기에 출하되면 2025년에도 SK하이닉스 공급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심서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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