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기도보다 크다…'우유니 소금사막'서 요긴했던 물건
10년째 신혼여행 ⑰ 볼리비아
아내의 여행
2015년 6월 천 길 낭떠러지 위의 비포장도로를 건너 마침내 남미 여행의 꽃,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에 닿았다. 남미의 겨울인 6월은 사막을 여행하기에 썩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고산 지대여서 해가 떨어지면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갔다. 양말을 세 겹이나 신어도 추위가 살 속 깊이 파고들었다. 우유니 시내에 숙소를 잡았는데, 난방 장치가 따로 없어 차가운 입김이 폴폴 나오고 마치 이글루에서 자는 것 같았다. 다행히 전기장판을 들고 다닌 덕분에 얼어 죽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가방을 꽉 채우고 있던 전기장판이 드디어 애물단지에서 탈출했다.
우유니 소금 사막(1만600㎢)이 경기도보다 크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사막의 풍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 우리는 일몰·일출·데이 투어까지 신청했다(각 약 2만원). 사실 이곳의 성수기는 우기에 해당하는 12~3월이다. 사막이 호수처럼 변하는 시기여서다. 지표면에 찰랑거릴 만큼 물이 차올라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보인단다. 우리가 목격한 사막은 온통 새하얗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했다.
물이 메마른 시기여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겼다. 한국인 단골이 많다고 자랑하던 우리의 투어 가이드는 이정표도 없는 그 광활한 사막 위에서 물이 고인 장소를 찾아내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가이드의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사막인지 모를 새하얀 우유니 소금 사막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었다.
사막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별이 쏟아질 듯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사실 여행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영하 10도의 추위를 잊고자 대기하던 차 안에서 우리는 와인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취기 때문인지 그날 나는 별 아래에 서서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이 이처럼 신비로울까. 그곳은 사납도록 차가우면서, 황량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소금 행성이었다.
남편의 여행
당시 우리는 세계를 돌며 한 달 살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 1년 3개월째가 되니 슬슬 권태가 찾아왔다. 한 달 살기 대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방식이라면 ‘여행의 권태기가 사라질까’ 싶어 내린 처방이 ‘볼리비아 배낭여행’이었다. 육로로 파라과이 국경을 넘어 페루 코앞까지 닿은 후 브라질로 빠질 때까지 한 달 동안 볼리비아 전국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는 한마디로 숨이 턱 막히는 도시였다. “라파스에서 열리는 축구 국가대항전은 보나 마나 볼리비아의 승리”라는 우스갯소리를 여러 번 들었는데, 실체는 더 어마어마했다. 경사면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스키장 슬로프처럼 가파른 도로가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었다.
안데스 산맥 해발 3810m 지점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Lago Titicaca)는 배가 다니는 호수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장소다. 이곳에서는 양말 한 짝 갈아 신는 것도 일이었다. 산소가 부족해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숨에 부쳤고 두통이 밀려 왔다. 우리는 평온한 호수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 인근의 시장에 갔다. 호수에서 그날 잡은 송어를 레몬즙에 절여 물회처럼 먹었는데, 알고 보니 세비체(Ceviche)라는 요리였다. 볼리비아 음식은 차림새가 투박한 편이지만, 막상 입에 넣게 되면 감칠맛이 대단해 계속 먹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한국의 내장탕을 똑 닮은 랑가랑가(Ranga Ranga)라는 음식도 있었다(한국 돈으로 약 8000원).
평균 고도 400m의 도시 산타크루즈에 도착하니 피로가 몰려왔고, 결국 온천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권태를 운운하며 체력에 맞지 않는 여행을 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우리는 왜 한 달 살기를 해왔던가. 스치듯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교통비와 숙박비를 줄일 수 있고 또 이곳저곳 이동하기엔 체력이 턱없이 부족해서였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지’라는 말이 그제야 떠올랐다. 여행의 권태가 우리를 볼리비아로 불러들였지만,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볼리비아 한 달 여행=·비행시간: 24시간 이상. 페루나 브라질 입국 후 육로 이동(볼리비아 비자 필요) ·날씨: 우유니 소금 사막이 목적이라면 겨울(6~8월)은 피할 것 ·언어: 스페인어 ·물가: 남미에서 가장 저렴한 편
글·사진=김은덕·백종민 여행작가 think-things@naver.com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뺑소니범 몰렸다? 여기선 '2만원짜리 한문철' 찾아준다 | 중앙일보
- "칸예 입냄새 역겨워" 아내 경악…11억짜리 '이것' 때문이었다 | 중앙일보
- 마담 SNS에 뜬 수상한 페라리…회장·부회장 '기막힌 행각' | 중앙일보
- 아내 때리고 1000회 넘게 성매매 시켰다…악마 남편 충격 범행 | 중앙일보
- 승객 보는 앞에서 女승무원 돌연 사망…이탈리아공항서 무슨일이 | 중앙일보
- 환자 사망에 입 연 양재웅 "방치 아니다, 본질은 펜타민 중독" | 중앙일보
- 韓의원단 '1층 구석방' 불렀다…한∙일 차별한 왕이 푸대접 논란 | 중앙일보
- 檢 "업무 흔적이 없다"…사위 월급을 '文 뇌물'로 보는 까닭 | 중앙일보
- 배달 안 잡혀 무료로 음식 줬더니…가게 직접 온 손님 깜짝 정체 | 중앙일보
- "다른 남성과 성관계 강요" 이런 물의도…미 힙합거물 체포, 혐의는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