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했다" VS "정중했다"…'교권 침해' 의혹 고교생, 소송 이겨

김철웅 2024. 9. 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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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언행으로 교사에게 소리를 질러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의혹으로 '교권 침해' 신고를 당한 고등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학생의 행동이 교육활동을 간섭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복성이 없었다"며 학생 측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법 행정1-3부(부장 장유진)는 고등학생 A양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통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양이 받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학교가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11월 점심시간에 보건실을 찾아 교사와 상담 중인 다른 학생에게 "잠시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에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였다.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지난 1월 25일 '교권회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보호위원회 통지서엔 "A양이 다른 학생과 상담 중인 보건교사에게 찾아와 소리를 지르고 무례한 언행을 해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며 "교사 동의를 받지 않고 상담 중인 학생을 (보건실 밖으로) 내보내는 등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적혔다. 학교장 역시 A양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교권보호위도 심의를 거쳐 A양의 행동이 교권을 침해한 것이 맞다고 보고, 교사에게 심리치료와 상담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A양은 징계 등 별다른 조치를 받지는 않았다.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수사기관에 A양을 고발할 수도 있었지만, 학교 내 분위기를 고려해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A양은 지난 1월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은 "당시 선생님이 다른 학생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중이어서 상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른 학생에게는 '나가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고, (나는) 선생님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양의 행동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간섭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복성이 없어 교육활동 침해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건교사의 상담 업무를 중단시킨 행위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칫솔 등 물품을 요구한 행위는 부당한 간섭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활동 침해는 부당한 간섭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정된다"며 "원고가 반복적으로 보건 교사의 교육활동에 간섭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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