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통과 후 세계교회 현실, 반동성애 목회자들 어려움 겪어
전문가들 “한국도 차금법 통과 시 비슷한 상황 우려돼”
“교단 연회 감독으로부터 장정 규정마저 무시한 파송을 통보받았습니다.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교회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주님처치 최현규(55) 목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개월 전에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소속 캘리포니아 퍼시픽 연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파송 소식을 접했을 때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최 목사는 동성혼을 지지하는 UMC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가 30년간 몸담았던 교단과 결별했다.
교단 탈퇴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최 목사는 교단으로부터 기존 교회 건물을 사용하려면 시가의 절반을 지불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법적 대응 대신 신앙을 지키기로 결단한 그는 교단 명령에 불복해 현재 200여 명의 성도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소노라 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동성애 동성혼을 인정하는 교단이 늘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회자들과 신앙 공동체가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이른바 ‘반동성애 목회자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단인 UMC가 대표적이다. UMC는 지난 5월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결혼 축복을 허용하는 정책을 공식 채택한 바 있다. 앞서 2022년 5월에는 반동성애 진영의 UMC 소속 목회자들이 별도 교단인 GMC(글로벌 감리교회)를 창립해 복음주의 정통신앙을 고수하는 새 감리교회 운동을 이끌어 가고 있다.
GMC는 20일(현지시각)부터 일주일간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코스타리카에서 창립교단 총회를 연다. 미국 내 30연회, 해외 10연회를 포함해 전 세계 40여 개국의 감리교회와 목회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GMC 한인교회 대표인 류계환(54) 목사는 “현재 75개 이상의 한인교회가 UMC를 떠나 GMC에 합류하거나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고 전했다.
8년 전 레즈비언 목사가 자신이 속한 UMC 연회 감독으로 임명되자 충격을 받아 미국을 떠났던 한수환(가명·57) 목사도 “서부 지역 한인 교회는 평신도들마저 동성애 찬성 여론이 강해 동성애 반대 목회자들은 교회와 연회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회상했다.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이 20여 개 주에서 통과된 미국에서는 한 목사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휴스턴시는 2014년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례(HERO)를 통과시킨 후 서명 검증 과정에서 목사들의 설교 자료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가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이를 철회했다. 2016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성적지향성 전환 치료(SOCE)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SB1172)이 통과되면서 목회자들의 사역에 제한이 생겼다.
일찌감치 차금법이 통과된 영국과 캐나다 등도 마찬가지다. 2021년 영국에서는 존 셔우드 목사가 남녀 창조와 가정에 관한 설교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같은 해 캐나다에서는 팀 스티븐스 목사가 LGBTQ 행사장 근처에서 설교하다가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의 차금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과 캐나다의 관련법(C-16)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았으나 기독교 교단들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최근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여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으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역시 성소수자 축복식을 거행한 목사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퀴어 축제에서 기감 소속 9인의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하자 교단 내 반발이 거세졌다. 기감 동성애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이선규 즐거운감리교회 목사는 “교단 내 11개 연회가 해당 목사들을 고소하고 출교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동성애자 축복식은 성경적 진리를 위반한 배도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연구소의 전윤성 미국 변호사는 “국내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혐오 표현 금지 조항을 근거로 동성애 반대 설교가 차별 행위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단 헌법에 따라 친동성애 활동을 하는 목회자를 징계할 경우, 이는 ‘차별금지법에 따른 불이익 조치’로 해석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미국 크리스천 변호사 모임인 태평양법률협회(Pacific Justice Institute)에서 활동하는 주성철 목사 또한 세계교회의 상황을 보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결국 종교적 문제임을 강조하며 “한국 역시 미국과 같이 기독교 대학이나 종교 단체들이 동성애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예외조항과 같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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