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화폐법 일방 처리 유감… 수용 어려워 재의요구 건의"(종합)

배경환 2024. 9.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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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주도로 지역화폐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더불어민주당 "고통받는 서민·자영업자 위한 정책"
국민의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상설화하는 것"
지방자치 훼손에 헌법 침해까지… 수용 불가 입장

정부가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의무화할 경우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훼손되고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까지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법률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69명 중 찬성 166명·반대 3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법안 단독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화폐법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출처=행정안전부]

정부여당 '현금살포' 의무화하는 악법 우려… 소비 진작 효과도 크지 않아

당초 국회에서는 지역화폐법에 대한 여야 충돌이 예고됐던 상황이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지자체장 시절 역점을 두고 진행한 간판사업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당론으로 끌어올려 추진했다.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정부여당은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로 바꿨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 예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방자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장관 역시 "자치 사무는 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는다. 기획재정부의 '연도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884억원이던 지원 규모는 2021년 1조2522억원까지 늘었지만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도 있다.

긴축재정에 들어간 상황에서 나라 살림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해 21조원에 육박하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352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2500억원을 편성했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재정 지원을 의무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달 기재부가 발간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나라살림 적자는 83조2000억원에 달해 7월 말 기준 역대 3번째로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한 달 새 13조4000억원이나 증가하면서 1160조원에 육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출처=행정안전부]

지방자치 근간 훼손에 정부 예산편성 권한까지 침해

이날 이 장관 역시 해당 법률안에 대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스로 결정해 수행하는 자치사무인데, 법률안은 자치사무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에 대해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이유다. 즉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서 규율하는 국가와 자치사무 간 사무 배분 원칙과 자치사무 경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부담 원칙을 위배한다는 얘기다.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고유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헌법은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률안 시행만으로 정부는 재정지원 의무를 갖게 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는 헌법에 따른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부연했다.

특·광역시와 소외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 가속화도 문제 삼았다. 이 장관은 "법률안이 시행되면 재정여력이 충분한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예산을 신청하게 되고 정부는 부자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국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일괄 발행하게 되면 소외지역의 자금 유출이 심화되며 대도시나 중심지 위주의 자금 쏠림현상으로 인해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반헌법적이고 무리한 특검법안 등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된 법안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 단계부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강행 처리한 법들"이라며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오는 의사일정조차도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수용해서 진행한 일정이기 때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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