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와 '무도실무관', 비교 포인트 셋
[이선필 기자]
* 이 글은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며 국내 영화 콘텐츠 중 두 작품이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류승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속편인 <베테랑2>이고, 다른 하나는 <쳥년경찰>로 잘 알려진 김주환 감독의 신작 <무도실무관>이다. 강렬한 액션과 주인공들의 고군분투 및 서사가 담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지만 이런 장르 특성을 빼면 두 작품은 오히려 상반된 성격을 가졌고, 여기서 꽤 논쟁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플랫폼의 특성이다. <베테랑2>는 100억 원대 이상 대형 상업영화 중에선 유일하게 추석 대목을 겨냥하고 극장 개봉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영화는 개봉 일주일이 안 된 시점에 445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파묘> <범죄도시4>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천만 관객 돌파를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다.
<베테랑>의 경우 순제작비만 130억 원 이상이 들어갔기에 안정적인 수익성만 고려했다면 현 시점에서 극장 개봉을 고집하는 건 다소 위험한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좋고, 극장에 가서 표를 사서 본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품격을 부여하고 스스로도 품위를 얻는 것 같다"며 나름의 철학을 설파했다.
▲ 무도실무관 스틸컷 |
ⓒ 넷플릭스 |
빠른 이야기 전개와 노골적인 폭력 묘사 등이 지상파나 여타 국내 플랫폼에선 걸림돌이 될 수 있겠으나, 글로벌 OTT 플랫폼에선 비교적 자유도가 높기에 창작자 입장에서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주환 감독은 지난 2023년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을 통해 한 차례 OTT 플랫폼을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영화가 아닌 8부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당시 제작 과정에서 느꼈던 한계점이나 부족함을 이번 작품에서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인지 <무도실무관>은 9월 18일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4위에 올라 있고, 한국을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타이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플릭스 패트롤 기준)
'베테랑2'와 '무도실무관'의 결정적 차이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주제의식에 있다. 알려진 대로 <베테랑2>는 재벌 권력을 일망타진했던 서도철 형사(황정민) 팀이 해치라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마약 거래와 연관돼 있긴 하지만 이 영화가 주목하는 건 정의를 과연 누가 정의할 수 있느냐라는 근본 질문이다. 공권력이 쉽게 처단 못 하는 여타 범죄자들을 찾아가서 똑같은 방식으로 잔혹하게 살인하는 해치를 두고 관객에게 질문하게끔 한다.
▲ 영화 <베테랑2> 장면 |
ⓒ CJ ENM |
<무도실무관>도 겉보기엔 공권력의 부재를 보완하는 이들의 활약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술 도합 9단의 능력자인 주인공인 이정도(김우빈)가 애초에 재미가 우선인 캐릭터로써 점차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깨닫고 자경단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살인, 강간, 아동성폭생 등 끔찍한 범죄자를 관찰하는 보호관찰관들이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결국 몇몇의 재범을 막지 못한다는 영화 속 묘사는 공권력의 무능력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이는 이정도 및 그의 친구들이 자경단으로 나서게끔 하는 촉매제가 되는데, 서사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재밌는 설정이지만 결국 사적 제재를 옹호한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 무도실무관 스틸컷 |
ⓒ 넷플릭스 |
물론 이정도나 그 친구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순수하고 순박하기까지 한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 범죄자를 일망타진하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은 개인정보 도용, 사칭, 불법 드론 비행 등 현 제도에 반하는 일들을 저지른다.
이 지점에서 관객에 따라 서로 다른 의문이 들 수 있다. '베테랑2' 서도철 형사는 본인의 역할인 수사 및 체포에 집중했다. 후반부에 사적 감정이나 어떤 대의 명분을 들면서라도 해치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지만, 기어코 살려낸다. <무도실무관> 속 이정도가 한 다른 선택이 우려되는 이유기도 하다. 흉악범을 잡는다는 목표나 그 결과는 정의로웠지만, 이정도 및 친구들의 행동이 <베테랑2> 속 해치나 사이버렉카들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두 작품이 생각할 거리를 던지게 한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사적 제재를 허용할 수 있는지 등 말이다.
기성 세대 및 어른들의 반성하는 태도도 두 작품으로 가늠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베테랑> 1편 때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친구와 싸우고 오자 서도철은 "게임값(치료비 및 위자료)을 물어주더라도 쥐어 터지는 것은 못 참는다"며 애써 위로한다. 그랬던 그 아들은 2편에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서도철은 "아빠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무도실무관> 속 청년 이정도에게 주변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설정상 엄마와 일찍 이별한 것으로 보이는 이정도는 아버지의 치킨 가게를 도우며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 무도실무관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도, 각성한 이정도가 끝내 자경단을 꾸린다며 시스템 밖으로 향하는 건 끝내 막지 못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극장가와 OTT 플랫폼에서 서로 활발하게 토론할 작품이 등장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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