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사카구치 켄타로 “언어 장벽 크지 않아…韓 작품 또 출연하고파”
우연 같은 만남이 반복되고 운명처럼 사랑이 시작됐지만, 결국 운명 같은 사랑은 허상이었음을 깨달으며 이별한다. 운명 같은 사랑은 정말 없는 걸까, 사랑이 지나간 후에 남는 건 무엇일까.
사카구치 켄타로의 첫 한국 드라마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과 일본의 국경을 넘은 홍(이세영)과 준고(사카구치 켄타로)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드라마다. 오는 27일 쿠팡플레이 공개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켄타로를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켄타로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여서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부담도 있었다. 그동안 일본에서 쌓아온 기술이나 스타일 등이 통할지, 내 감정이 잘 전달될지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작품을 향한 감독님의 열정을 느꼈고, 그런 불안이 많이 없어졌다. 공개를 앞둔 지금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켄타로는 일본에서 우연히 홍을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나눴지만, 그와 이별한 뒤 후회하는 남자 준고를 연기했다. 준고는 홍과 헤어지고 5년 뒤 우연히 한국에서 재회할 때까지 홍을 잊지 않는다. 사랑 이야기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그래서 더 어려웠다.
그는 “사랑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고, 각자의 연애 스타일과 경험이 다 달라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건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감독님은 일본의 섬세함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셨지만, 저는 한국의 대담한 스타일에 도움을 받았다.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다 보면 신선함이 떨어지는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감독님은 계속 촬영을 유지하며 놀람, 처음 재회했을 때의 슬픔 같은 감정을 반짝반짝하게 담아내 주셨다. 그 대담함과 섬세함이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시리즈가 잘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문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일 양국 제작진이 협업해 완성했다.
한국과 일본의 배우, 제작진이 한일 양국을 오가며 작업한 만큼 다방면에서 차이를 느꼈을 법도 하지만, 켄타로와 이세영은 다름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19일 만난 이세영은 애정 표현에 대한 양국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세영은 “켄타로 배우는 ‘준고가 너무 다정하다’고 하더라. 일본인의 시각에선 준고가 최선을 다해 표현한 건데, 홍이는 준고가 표현을 너무 안 해서 문제였다”며 “홍과 준고가 본질적으로 부딪힌 게 이런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헤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의 문화적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여기엔 서로의 언어를 쓰기 위해 노력했던 두 배우의 배려와 열정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켄타로는 한국 제작진들에게 “어디 사씨냐”는 장난스러운 질문도 들었을 만큼 한국어를 자주 썼다.
한국어 발음이 유창하다고 하자 켄타로는 “정말 발음이 좋으냐”고 되묻더니 “한국에서 촬영할 때는 그날그날 현장에서 쓸 말이나 식당에서 쓸 몇 가지 단어를 외워가는 게 목표였다. ‘너무 수고했어요. 오늘 추웠는데 내일부터 파이팅할게요’ 같은 말을 준비해갔던 게 습관이 됐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한국어가 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켄타로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글로벌 작품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그는 “OTT가 생기면서 전보다 국가의 장벽이 낮아졌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아이 러브 유’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한일 교류에 불을 지폈으니 앞으로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 다른 장르의 이야기도 나올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말은 달라도 언어의 장벽은 크지 않다는 걸 느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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