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해석 분분…증권가 “증시 방향성 탐색 장기화”
연내 0.5% 추가 인하 전망에 ‘R의 공포’↑
많은 변수 상존…20일 日 금리결정 변곡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50bp·1bp=0.01%)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앞으로의 국내 증시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호재라고 분석하면서도 경기침체 현실화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변수가 많아 방향성을 보이기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준이 전날인 18일(현지시간) 시장에서 기대했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2550.09까지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반등하는 등 장중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연준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0.5%p 낮췄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 기준금리 상단을 0.25%에서 0.5%로 인상한 뒤 지난해 7월까지 5.5%로 끌어 올렸다. 이후 작년 9월부터 지난 7월 회의까지 이를 8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다.
앞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설 경우 국내외 증시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이 우세했지만 막상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번 연준의 빅컷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가 선제적·보험적 성격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호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전월 대비 0.2%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하는 등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내리지만 이를 침체 시그널로 확인하고 시장이 하락 폭을 키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며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없다면 시장도 크게 충격을 받지 않 을 것으로 보이면서 매크로(장기적) 관점에서는 당장 시장에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종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리겠다는 연준의 스탠스 변화 등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빅컷과 함께 발표된 점도표에서 연준은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선제 대응을 강조한 파월 의장의 발표가 오히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끌어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984년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를 50bp 인하로 시작한 경우 1984년을 제외하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향후 추가적인 경제지표 추이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번 금리인하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데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격차가 줄어들면 투자 가치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오는 20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다면 미국과 일본 간 금리가 작아지면서 국내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 중심 수급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엔 캐리 자금 이탈의 여파가 컸던 지난 2008년 당시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은 41.3%에 달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의 결정에 따라 변화될 미·일 금리차의 축소 폭은 글로벌 머니 플로우의 엔화 선호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특히 신흥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FOMC보다 BOJ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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