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폭력 문제제기 한 뒤 '전보'... 이 교사가 당한 일

명숙 2024. 9. 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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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성폭력 공익제보한 지혜복 교사가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명숙 기자]

딥페이크(불법합성영상물)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이 공론화되자 정부는 엄정 대응에 나설 것처럼 발언한다. 대통령이 언급했고, 경찰청은 딥페이크 대응 방법 등을 게시했다. 교육부는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마치 세상이 이전과 달리 성폭력 문제를 다룰 것 같지만,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징역형 선고 27.5%, 집행유예 39%, 벌금형 16%이라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 통계에서도 드러난다(2020년 6월~2024년 6월, 김남희 의원실).

인권시민사회는 성폭력의 근간은 성차별이므로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려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별개인 것처럼 취급한다. 이런 접근으로는 성폭력이 근절될 수 없다. 가해자 몇 명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성폭력을 멈출 수 없다. 더구나 디지털 성폭력 영상물이 상품이 돼 돈을 버는 수단으로까지 이용되는 현실에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응은 안일하다. 지난 8월 28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 학생들에게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불법합성 및 게시 행위) 금지' 긴급 스쿨벨을 발송했다. 어느 중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를 알린 다음날의 일이다.

이런 늑장대응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A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 측과 교육청의 대응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결의대회에서 발언 중인 지혜복 교사 9월 6일 보신각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결의대회에서 지혜복 교사가 학교현장의 성폭력 현실과 A학교의 대응과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성폭력을 가벼이 여기는 교육당국

2023년 5월 A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지혜복 교사는 상담 도중 학생들이 일상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얼굴이 못생겼다', '가슴이 크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동의 없이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도 했다는 증언이었다. 이에 지 교사는 무기명 설문조사를 돌렸다. 여학생 4분의 3이 직간접적으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지 교사는 교장과 교감 등에게 설문 결과를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 성폭력도 학교폭력이니 학교폭력심위위원회의(아래 학폭 심의)의 조사가 시작됐다. 학교폭력사건 담당자가 정해졌다. 필자가 보기에 학교폭력 매뉴얼에 따라서 담당자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폭력 사건 해결 경험이 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일까. 담당 교사는 학교폭력을 경찰에 고소하려면 피해자 신원이 필요하다며 오프라인 기명 전수조사를 계획하기도 했다.

다행히 기명 전수조사의 경우, 지 교사가 학교성폭력 대응매뉴얼에 따른 피해자보호조치와 어긋난다고 생각해 교감과 상의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지 교사와 교감은 중부교육지원청 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당시 센터장과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로부터 기명 전수조사는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들었다. 센터장은 상당 기간 성희롱 및 성추행 행위가 지속된 경우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사안을 올려 심의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신고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신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밟아나가던 중, 피해 학생들의 신원이 노출되고 2차 피해가 일어났다. 가해학생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복도에 무리 지어 피해 학생들을 째려보며 비아냥거리고, 주변 의자를 세게 발로 차거나 커터칼을 '드르륵' 하며 위협하는 행위도 했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편에 선 지 교사에게 야유를 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이에 지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에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가 시작됐고, 12월 말 권고가 나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권고문

1. 인권감수성 향상(성폭력)을 위한 학교 차원의 대책 수립 및 이행
2. 학교장의 학생과 보호자의 면담 및 의견청취를 통해 학교 내 갈등 해소 방안 마련
3. 전문기관을 통해 학생, 교직원, 보호자 대상 성교육 연수
4. 피해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회복 프로그램 실시
5. 학교 관리자 및 관련교사의 피해 학생, 보호자에게 사안 처리 과정 등에서 미흡했던 상황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입장 표명,
6. 000학생에 대한 유사 사안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성폭력 사건 문제제기 교사를 다른 학교로?

지 교사는 공익제보로 A학교 성폭력 사건이 해결되리라 기대했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학교가 지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 보내려 한 것이다. 2024학년도 교사 정원 감축으로 인하여 한 명을 줄여야 하는데 지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겠다며,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지혜복 교사를 전보 대상자로 올렸다. 역사과 교사가 3명이고, 사회과 교사가 2명인데 사회과인 지 교사를 전보 명령한 것이다.

A학교와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은 "역사 교과와 사회 교과는 통합교과"라는 입장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2024년 중등교사 및 전문직 인사원칙에도 교과별로 교원을 수급하도록 되어 있다(인사원칙 제4조 제5항). 인사원칙을 빼고 보더라도 A학교에는 역사과 교사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과 교사인 지혜복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할 '필요성'도 없었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은 모두 '전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성폭력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2차 피해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지 교사가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 교사는 2023년 12월 26일 학교장, 교감, 중부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 중등인사과에 부당 전보를 주장하며, 이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4일 A 학교장은 당사자 사인 없는 전보 서류를 신청했다. 지 교사 측은 다음날인 1월 5일 국민신문고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전보라는 민원을 접수하고 중부교육지원청 중등과장을 면담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절차상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1월 21일 지혜복 교사는 홀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도 면담하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대위 구성을 했다. 1월 30일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구제 신청도 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조 제2호에서는 '공익신고'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하거나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 교사가 한 일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아래 학폭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아청법), 성폭력방지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행정기관이자 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신고를 한 것이므로, 공익제보가 맞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명의로 보내온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 교사가
) 공익제보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이 제시한 판단 근거는 '부패방지법'이었다. "관련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본래의 목적이나 범위를 벗어나 함부로 행사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였다(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의 2024. 3. 18.자 답변 공문). 성폭력/학교폭력이라는 공익침해행위에 대해 제보했는데 '공익신고자보호법' 아닌 '부패방지법'을 근거로 판단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에 77명의 변호사들이 지난 8월 14일 "지혜복 교사는 공익신고자"라는 요지의 법률의견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들이 의견서에 썼 듯이 "이 사건은 부패방지법이 아니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사안"이다. 법리의 잘못된 해석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피해자 신원노출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므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고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공익제보자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에 대해 2년간 전보 등의 불이익을 취하면 안 된다. 징계가 아닌 전보라도 불이익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잘못된 법리로 '공익제보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교육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이유다.
▲ 지혜복 교사의 공익제보를 부정한 서울시교육청의 공문 서울시교육청은 A학교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 제보한 지 교사에 대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아니라 '부패방지법'을 들어 공익제보자가 아니라고 했다.
ⓒ A학교 공대위
지난 5월 22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개최됐고, 지혜복 교사의 전보 취소 청구는 기각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위의 판단을 근거로 부당 전보가 아니라며 기각한 것이다. 당일 A학교는 "사안은 관련 법률과 행정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으며, "교사의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 "권고사항 대부분 이행", "피해 학생들 문제 없이 지내고 있음" 등의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MBC 보도에 대해서도 "교사의 전보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 학교폭력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가해자 분리와 학부모에 대한 해당 사항 통보 등 안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 학생인권지원센터에서도 현장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권고사항이 대부분 이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월 서울시교육청은 A학교에 대해 기관 경고를 내렸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측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지 교사 측은 6월 5일 부당전보 무효확인 소송을 신청했지만 법정 싸움은 길다. 피해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 결과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지 교사는 아직도 부당 전보를 거부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또, 공대위는 교육감 등 서울시교육청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려 애썼다.

한 번의 조희연 교육감 면담, 그리고 교육청 실무 교섭에서 '공익제보자지위 인정'을 요구했다. 그 외에도 A학교 성폭력 실태 파악과 서울시내 학교 성폭력 실태조사TF 구성을 요구안으로 넣었다.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에서도 드러났 듯이, 초중고 학생들의 성평등인식은 심각한 상황이므로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조차도 거부하며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 9월 11일 지혜복 교사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지혜복 교사에 대한 징계위가 열리기 전날인 9월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징계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성폭력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이 교육청의 책무

최근 조희연 교육감은 '해직교사 특혜채용'과 관련,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되면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상황이 달라졌지만 서울시교육청의 A학교 성폭력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9월 12일 교육청은 지 교사가 부당 전보를 거부하며 무단 결근을 했다며 징계위를 열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징계는 예고된 상황이다.

또한 국제인권기준에 비추어보면 지혜복 교사는 인권옹호자다. 1993년에 유엔총회에서 의결된 인권옹호자선언 11조에는 국가는 인권 옹호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어떤 폭력이나 위협, 보복,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불이익, 압력, 기타 자의적 행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청이 할 일은 피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려 했던 지 교사의 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희연 전 교육감이 A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외면했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다.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나 학생인권 침해에 상황에 대해 무감하다면, 학생인권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실현되기는 어렵다. 현재 벌어지는 딥페이크 성폭력은 성폭력을 가벼이 여기는 교육제도와 관료들이 공고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과 성평등에 무감했던 것을 자성한다면, 이제라도 지혜복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고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혜복 교사에 대한 공익제보자 지위를 인정하면 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부당전보도 부당징계도 무효화되므로 지 교사를 비정기인사 발령으로 다시 A 학교로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 등의 회복을 위해서도 지 교사가 A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성폭력을 신고해서 지혜복 교사가 불이익을 당한 것이 아니냐며 미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한 것이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내 학교 성폭력 실태조사나 성평등 교육도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의 권고가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더 이상 학교나 교육당국은 학내 성폭력을 '단순한 놀이나 호기심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부당전보 철회는 딥페이크 성폭력으로 힘들었을 서울지역 학생들에게 작은 희망의 빛줄기가 될 것이다. 교육청의 성평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명숙 님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로,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를 위한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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