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타고 K전선이 간다...대한전선, 美 HVDC 첫 수주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열풍 속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선업체도 잇따라 해외 진출에 나섰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320킬로볼트(㎸)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및 500㎸ 초고압교류송전(HVAC) 프로젝트의 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북부 캘리포니아, 특히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지역의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발주 규모는 9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업으로 대한전선은 미국 HVDC 시장에 첫 진출하게 됐다. 500㎸ 이상 초고압 케이블은 크게 HVAC(교류)와 HVDC(직류) 방식으로 구분된다. HVDC 외에도 대한전선이 함께 공급하는 500kV HVAC(교류) 케이블은 현재 상용화된 교류 지중 케이블 중 전압이 가장 높다. 전압이 높을수록 전달할 수 있는 전력량이 많아지며 기술 수준도 높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산업이 급격히 커지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먼 곳까지 운반하는 케이블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이를 수천km 떨어진 수요처까지 해저나 지중을 통해 전력 손실 없이 전달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한 기술이 HVDC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시켜 송전한 뒤, 다시 교류로 바꿔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직류로 전환하면 전력을 더 멀리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어 장거리 대규모 송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전압형 HVDC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 불과하다. 대륙 간 전송 수요가 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서 HVDC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0년 70조원에서 2030년 159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초고압 HVDC‧HVAC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LS전선 역시 지난해 5월 네덜란드 국영 전력회사 테네트로부터 2조원 규모의 HVDC 케이블을 수주하는 등 국내 전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예 현지에 공장을 지어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LS전선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약 1조원을 투자해 새로 짓는 공장에는 세계 최고 높이인 200m짜리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가 세워진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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