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첫날부터 접속 안됐다…1518억 '차세대 킥스' 무슨 일

김정민 2024. 9.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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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연합뉴스

정부가 3년간 공들인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가 개통 첫날인 19일 접속 지연을 일으켜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업무에 일시적 혼란을 겪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경찰청·해양경찰청은 2021년 12월부터 33개월 간 개발한 ‘차세대 킥스’(https://www.kics.go.kr/)를 이날 0시 개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접속량 폭주로 인해 검찰 킥스는 오전 8시50분부터 9시25분까지, 경찰 킥스는 오전 9시부터 10시쯤까지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은 “일해야 하는데 시스템 접속이 안 돼 당황했다” “수기로 기록을 작성했다” 등의 불편을 호소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아직 차세대 킥스에 통합되지 않아 시스템 장애를 겪지 않았다.

법무부·대검의 차세대 킥스 담당자들은 “업무 시작과 동시에 설치 프로그램을 다운 받으려는 이용자들이 몰려 대역폭·메모리가 일시적으로 감당을 못했다”며 “프로그램을 미리 다운 받아달라고 누차 공지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노후화한 기존 킥스를 14년 만에 여러 기관이 일시에 교체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내부적으로는 선방이라고 보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예고된 먹통”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일선 청에 근무 중인 복수의 검사들은 이날 오후 1~2시쯤 “지금도 시스템이 느리거나 일부분 ‘배드 게이트웨이(Bad Gateway·통신 오류)’가 뜬다” “전날엔 오늘 오후 6시에 개통된다고 했다가, 오늘 아침엔 8시부터 된다고 했지만 아직 안 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개인 PC 사양 등에 따라 복구에 시간 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현재는 모두 정상화됐다”며 “안정화 단계”라고 밝혔다.

차세대 킥스 구축 사업은 ‘형사사법절차의 완전 전자화’를 목표로 3년간 1518억원의 예산이 쓰였다. 개발 업무는 두 차례 유찰 끝에 LG CNS 컨소시엄과 법무부가 약 1300억원 규모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신설된 주요 기능은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사건 처리’다. 범죄 사실, 핵심 키워드, 죄명 등을 입력하면 AI가 수사 담당자에게 유사 사건의 조서, 결정문, 판결문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조사자와 피조사자의 음성을 문자로 자동 전환해주는 ‘음성 인식 활용 조서 작성 기능’도 도입됐다. 참고인 원격 조사 기능도 추가됐다. 앞으로 참고인은 수사기관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개인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원격 화상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의 ‘내 사건 조회’도 편의성을 강화했다. 피의자·피해자·고소인·고발인 등 사건 관계자는 형사사법포털 본인인증을 통해 담당 기관과 수사 담당자, 사건 처리 현황, 사건 번호 등 수사 진행 상황을 조회할 수 있다. 범죄 피해자라면 피해 유형에 따른 지원제도 및 지원기관도 안내받을 수 있다.

차세대 킥스 개통 첫날인 19일 오류 상태인 구 범죄피해자지원포털. 법무부 관계자는 "구글에 사이트 삭제를 요청했지만 아직 처리가 안 되고 있다. 형사사법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범죄피해자지원포털에 접속해달라"고 밝혔다. 사진 범죄피해자지원포털 캡처

다만 이번에 신설된 ‘범죄피해자지원포털’(https://www.kics.go.kr/vs/)은 이날 오후 기준 주소창에 직접 주소를 입력하거나 형사사법포털 웹·앱 등을 통해야 접속할 수 있는 상태다.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열리는 구 범죄피해자지원포털 사이트는 아직 완전한 삭제가 이뤄지지 않아 ‘404 not found’ ‘일시적 오류’ 등의 메시지가 노출된다.

한편 이날 해프닝으로 내년 도입이 예정된 법원의 차세대 소송시스템과 킥스 간 연계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내년 1월 민사·가사·행정·특허 전자소송시스템, 내년 6월 형사전자소송시스템 개통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형사전자소송은 2021년 제정된 전자문서법에 따라 내년 6월 이후 수사가 개시된 형사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종이가 아닌 전자 문서로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수준인 킥스조차 접속 지연이 발생했는데, 대량의 디지털 문서 저장·유통 기술이 요구되고 성격도 대민 서비스에 가까운 법원 시스템과 통합될 때는 어떨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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