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지역화폐법, 野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국민의힘 보이콧
추경호 "재표결 후 폐기되는 전철 밟을 것"
일명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상병특검법)과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또다시 통과시키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이 상정됐다며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반발했다.
국회는 19일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을 통과시켰다. 김건희특검법은 재석 167명 중 찬성 167명, 채상병특검법은 재석 170명 중 찬성 170명, 지역화폐법은 재석 16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다.
김건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은 수차례 국회 본회의에 올라, 표결과 재표결을 거쳤다. 김건희특검법은 지난해 12월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왔다. 올 2월 재표결을 거쳤지만 출석 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됐다. 채상병특검법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올 5월 첫 번째 채상병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야권은 22대 국회가 개원되자 1호 법안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재발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올 7월 재표결을 거쳤고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됐다.
이번 김건희특검법에는 기존 특검법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함께 김 여사의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도 더해졌다. 채상병특검법은 특검 구성 방식 등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야당이 추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4명을 추천하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일명 '제3자 추천 방식'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언급했던 제3자 추천 방식을 야권이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야권은 채상병특검법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별검사가 적절하지 않을 경우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담았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고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처리해 추석 민심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료대란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며 쟁점 법안의 처리 시점을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법안을 우 의장이 자의적으로 막아섰다며 반발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일을 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까지 시급히 마친 법안을 의장이 상정하지 않는 사례를 처음 본다"며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우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본회의는 이날 열리게 됐다.
쌍특검법·지역화폐법, 상임위부터 진통…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예상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표결에 불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규탄대회를 통해 "거대 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한 오는 26일 본회의 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열리는 오늘 본회의는 민주당의 의원총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야 간 갈등은 상임위에서부터 예고됐다.
야권은 이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법을 의결해서 법사위로 넘겼다.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라고 보고 당론 추진 법안으로 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금살포법'에 비유하며 야권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비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화폐법을 두고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 악법"이라며 "이재명 하달법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쌍특검법도 법사위에서 진통을 겪은 끝에 본회의로 넘겨졌다. 이달 11일 쌍특검법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별다른 협의 없이 안건조정위를 마치고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권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에 법사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 법안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국민의힘도 조만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결국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후 폐기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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